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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쓴 채 울며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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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탈레반에 피랍된 지 26일 만인 13일 풀려난 김경자(左)씨와 김지나씨가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시에서 적신월사에 인계되고 있다. 두 명이 처음 풀려났지만 아직도 19명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다.[가즈니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단체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 있던 21명의 한국인 가운데 김경자(37).김지나(32)씨가 13일 오후 9시쯤(이하 한국시간) 풀려났다. 지난달 19일 피랍 이후 25일 만이다. 당초 피랍된 23명 중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는 이미 피살됐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인질은 19명이다.

외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도요타 코롤라 승용차를 타고 억류됐던 가즈니주 안다르 지역을 출발해 한 시간 뒤 가즈니주 주도인 가즈니시에서 남동쪽으로15㎞ 떨어진 아르주 마을에 도착했다.

이들은 기다리고 있던 적신월사(국제적십자사의 이슬람식 표기) 차량에 옮겨 타고 오후 9시50분쯤 가즈니시 안의 미군 지역재건팀(PRT)으로 후송돼 한국 대표단에 인계됐다. 이들은 카키색 바지에 머리에는 스카프를 히잡처럼 두르고 있었으며 적신월사 관계자들을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본지 통신원 알리 아부하산(가명)도 탈레반 협상대표인 물라 나스룰라와 통화한 뒤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아부하산은 부족 원로가 이들을 인계 장소까지 데리고 왔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PRT에 도착한 것이 확인된 직후인 오후 9시55분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긴급 기자 브리핑을 열고 "2명이 아무 조건 없이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조 대변인은 "납치단체가 아직 억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당국자는 풀려난 인질의 건강상태와 관련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자.김지나씨는 PRT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의부대 의료진과 미군으로부터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은 후 미군이 제공한 헬기를 타고 약 250㎞ 떨어진 아프간 수도 카불 북쪽의 바그람 미군기지 내 한국군 동의.다산부대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정밀 진료를 받으며 휴식을 취한 뒤 카불과 두바이를 거쳐 2~3일 안에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영.이철희 기자

◆적신월사(赤新月社.Red Crescent)=이슬람권의 국제적십자사를 일컫는다.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 가입국 중 이슬람권 33개 국가에서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 대신 붉은 초승달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1877년 러시아와 전쟁하던 오스만 제국(현재의 터키)의 간호부대가 '붉은 초승달' 깃발을 사용한 이후 이슬람의 정체성과 형제애를 뜻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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