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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그것이 알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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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학(易學)이 우주 대자연의 음양원리를 기초로 한 것이라면 외계인의 사주팔자를 보는 일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week&은 사주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은 '지구 밖 사람'의 모습을 연출해 봤다. 외계인으로 분해 앉아 있는 이는 에버랜드 공연팀원인 그로모 안드레이 알렉산드레비치(26.우크라이나). 그 옆에 서 있는 '여성 외계인'은 박현진(25)씨, 뒤편에 서 있는 이는 강웅곤(24)씨다. 오른쪽 역술인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예언했던 역술가 조규문씨다. 안개 등 특수 연출은 에버랜드 공연단 지원.

예컨대 당신은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무역회사에서 '잘 나가는'과장. 모든 임직원이 당신의 성공을 부러워하는 미주 수출팀을 이끄는 전도양양한 7년차. 그런데 연초 임직원 인사.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승진 누락. 그렇다면 당신이나 부인이 찾아가는 곳은.

회사를 옮기기 위한 헤드헌터(인재스카우트 담당)? 아니다. 가족들이 특별한 종교를 믿거나 선입견이 없다면 아마도 당신이 찾는 곳은 역술원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한국인, 아니 동북아에 사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유전자엔 점보기 코드가 새겨져 있다.

지금 세상은 생명복제, 인공세포 합성, 달 유인 영구기지 건설 등 '신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지는 시대다. 우주건 삶과 죽음이건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인간의 통제 아래 두려는 세상. 그런 요즘에도 이 땅에선 사주나 점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많은 이의 마음 속으로 파고드는 형국이다. 그래서일까. 역술업은 그야말로 대표적인 '성장 산업'이다. 항간엔 연간 4조원 시장이라는 얘기도 돈다.

역술의 융성은 박형용 한국역술인협회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실감난다.

"약 5만명이 우리 협회 정식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미가입 역술인도 5만여명 된다. 무속인을 겸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역술인은 전국적으로 30만명 정도다." 말대로라면 인구 1천명 가운데 여섯명(1백60명 중 한명꼴) 정도가'점 봐주는 사람'이라는 계산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첨단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젊은층의 반응이다. 전화 한통이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 점을 봐주는 '출장 역술 서비스'가 신세대들 간에 유망 비즈니스로 꼽힐 정도다. 도대체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 그 실체나 효과를 두고 과학성에 관한 논란이 여전한데도 사주(명리학)에 대해 이처럼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과연 점은 과학일까, 철학일까, 아니면….

글=김필규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변선구 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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