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장관 "잘못된 이분법 횡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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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관 외교부장관 전격 경질

부하 직원들의 '대통령 폄하' 발언으로 사표가 수리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15일 이임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잘못된 이분법이 횡행하고 있다"며 "언론이 이를 유포하고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장관은 또 "우리 목표가 뚜렷해야 자주 외교를 할 수 있다"며 "국제적인 힘의 관계를 일단 인정하고 현실속에서 국익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임사 전문이다.

1년동안 뜻있는 일 많았다. 참여정부에 참여해 일한 것이다. 공부도 많이 했다. 평화체계를 구축하려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참여해 여러분과 동고동락 한데 자부심을 느낀다. 11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중간중간 잠을 못자 힘들었다. 그리고 신경쓸일도 많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어제 열심히 일했지,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며 자부심을 느꼈었다. 여러분과 같이 일한 것은 대단히 귀중한 경험이었다. 능력있고 유능한 사람들이었다.일하다 스트레스 쌓여 따듯하게 대하지 못한 점 미안하다.

장관으로서 첫 실국장회의 때 얘기했던 것이 생각난다.

"대통령의 국정정책을 손과 발이 돼 집행하는게 외교관이다. 다들 명심해야 한다. 극도로 언행을 조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그러한 부탁이 다시 생각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을 통솔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께 죄송하다. 모두 나의 부덕의 소치다.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은 균형잡히는게 중요하다. 국가와 국가들, 한반도 주변국들의 국제관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신중한 관점이 돼야 한다. 힘의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한국은 국제공백 상태에 있는게 아니다. 관계속에 있다. 관계를 일단 인정하고 현실속에서 국익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그런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점은 이분법이 횡행하는 것이다. 잘못된 것이다. 언론에 의해 유표됨으로써 우리 국민들도 잘못 오도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은 나름대로 독특한 나라다. 평화는 그냥 주어지는게 아니다. 모든 노력을 기울일때 주어진다. 그래서 동맹은 중요한 것이다. 5년이나 4년 후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면 달성해야 할 과제가 많다. 6자회담이 풀리면 북한 경제를 도와야 한다. 제3이나 제4의 마셜플랜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또 북한을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시켜 정상국가화 해야 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야 한다.

어느 의원이 날더러 숭미외교라고 하는데 숭미와 자주에서 정의된 많은 과제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달성 목표를 놓고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일을) 해야 한다. 우리 목표가 뚜렷할때 우리는 자주할 수 있다.

선조들이 해멘 것은 내부역량 결집이 모자랐고 대응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게 비자주적이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자주외교를 실현하려면 내부적으로 틈틈히 철저하게 머리를 짜내고 로드맵을 만들어 주변국을 움직여야 한다. 대나무처럼 외풍과 삭풍이 불더라도 흔들리되 꺾이지 않아야 한다. 유연하면서도 흔들이지 않는 외교가 중요하다. 그런 점을 참고하라.

4강 외교에 촛점을 뒀으나 이를 넘어서 글로벌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동,아프리카,중남미,아세안,EU 외교 등 어젠다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인프라가 부족하다. 비유하자면 몸은 커졌는데 10년전 옷을 걸치고 하는 외교다. 몸을 움직이며 틀어지는 상황이다. 비밀이지만 대통령이 북핵외교 성공하면 인프라를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 외교 인프라가 강화되는 계기 되길 바란다.

여러분이 바꿔 줘야 5년 후 평화라는 고귀한 목표가 달성된다. 적극적으로 혁신의 노력에 동참해 달라. 새 장관을 일사불란하게 보필 해주길 바란다. 4년 후 훨씬 전쟁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한국을 동북아의 네덜란드로 만들어 달라. 평화와 번영의 중심으로 바뀌어 갈수 있다. 자신이 평화와 번영을 현실화 시키는 전투병이고 전사였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라.>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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