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서두르는 산업은 경영/산금채 금리·자회사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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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리자유화 맞춰 「도상연습」 활발/한중·대한중석등은 민영화 굳혀
실명제와 2단계 금리자유화 시행이 임박함에 따라 장기설비자금 대출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금융환경이 바뀌는 것은 물론 정부의 공기업 수출방침에 따라 자회사를 팔고 경영혁신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산업금융채권을 팔거나 해외에서 돈을 빌려와 국내기업에 장기설비자금을 빌려주는 국책은행이다. 그런데 실명제이후 이 산금채가 잘 팔리지 않고 있다. 11월1일 2단계 금리자유화가 시행되면 2년 이상의 산금채 발행금리(현재 3년짜리 10.85%)도 자유화됨으로써 산금채의 발행금리가 실세금리(현재 13%대)에 맞춰 아무래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금리자유화 시행에 맞춰 예금·대출금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도상연습중입니다. 현재의 발행금리보다 높은 실세금리에 맞춰 산금채의 발행금리가 상향조정됨으로써 조달원가가 높아져 단기적으로 대출금리도 높아지겠지만 어려운 현실 경제여건을 감안한 충격을 줄이는 선에서 조금만 높이고 한달에 한번꼴로 조정할 것입니다.』
지난달말 연임돼 취임 2기(3년)를 맞고 있는 이형구총재(53)의 어깨는 무겁다. 산금채가 잘 팔리지 않는데다 고금리 조달·저금리 대출이라는 「불합리한 금리의 이중구조」 때문에 역마진이 생겨 산업은행의 경영에 부담을 주어왔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산은이 69년부터 일반에도 팔고 있는 산금채의 올 판매목표는 6조5천억원인데 현재 5조7천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총재는 자회사의 민영화방침에 대해 『원래부터 갖고 있던 순수한 자회사가 아니고 제1주주나 일부 지분참여를 했다가 회사가 부실해지는 바람에 인수한 경우는 민영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그대로 갖고 있기를 원하는 자회사는 한국산업리스·새한종합금융·한국기업평가·한국기술금융·한국산업증권·산업투자자문 등 6개사다. 원진레이온·대한중석·한국비료공업·한국중공업·종합기술개발·성업공사 등은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고,자금지원이나 부실기업인수로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아특수강 등 6개사 주식은 매각할 계획이다.
이 총재는 지난 54년 제정당시의 골격 그대로여서 「옷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 산업은행법의 손질을 큰 과제로 여긴다. 금융자율화가 더욱 진전되면서 시중은행의 정책금융 취급이 줄어들 경우 산은이 그 몫을 더 맡아야 하고 외환업무도 다루는 국제투자은행으로 키우려면 산은법을 고쳐야하기 때문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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