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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명산업 대표 고부 피살-원한에 의한 살인 추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서울강남구역삼동 鳳鳴산업 대표 具本國씨(48)집 고부살해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초경찰서는 사건의 정황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범행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으나 이를 위장한 단순강도일 가능성도배제치 않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원한에 의한 보복살인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무엇보다 당시 부인 丁喜淑씨(46)와 어머니 宋吉禮씨(75)가 쓰러져 있던 안방 화장대 거울에「구본국 기억하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는 점이다.회색 화장용펜으로 쓴 이 글귀는 鳳鳴산업 具本國대표를 겨냥한 범행이라는 점을 범인들이 명백히 알리고 있다.
둘째로 범인이 부인 丁씨와 어머니 宋씨의 머리를 망치로 각각25차례와 18차례씩이나 내리쳐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사실이다.
금품을 노린 단순강도의 경우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질 정도의 공격이 일반적인데도 반항할 능력이 없는 노 파와 가정주부를 무수히 내리쳐 숨지게 한것은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마지막으로 피해물품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사건 현장은 안방 장롱외에는 뒤진 흔적이 없고 훔쳐간 금품도없으며 2층에는 현금이 든 철제금고가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있었으나 범인은 금고에 손도 대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정황으로 보아 범인이 금품을 목적으로 했다면 두사람을 위협,충분히 금고를 열고 금품을 털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현장에 흰색 장갑 한짝이 버려져 있어 범인이 지문을 남기지 않기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점을 알수 있게 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찰은 일단 具씨와의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으로 보고직장내 또는 업무와 관련된 외부인사중 원한을 살만한 인물을 찾는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鳳鳴산업측은 이에대해『具씨의 직책이 업무상으로 원한을 살만한자리가 아니어서 사건이 鳳鳴그룹과 관계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주장하고 있다.
具씨는 J개발 토목담당이사로 재직하다 3월께 서울S고 동창생인 鳳鳴산업 사주 李昇茂씨(49.民自黨의원)의 권유를 받아 자동차부품회사인 이 회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현재는 鳳鳴그룹의 경주 보문단지내 레저타운건설 책임자로 경주에 내려가 있었다. 鳳鳴그룹은 지난 3월 그룹소유의 경주보문단지내 80여만평에대규모 레저타운을 건설하기위해 청구주택과 계약(공사비 1천1백억원)을 맺고 리조텔.목장.실버타운등의 공사를 추진중이었다.
鳳鳴그룹은 창업주 故 李東寧회장(92년 작고)이 세운 鳳鳴탄광을 모체로 아세아시멘트.도투락식품.동창제지등 11개 기업을 거느리며 60년대까지 재계 상위권에 속하는 탄탄한 기업이었으나탄광업이 사양길을 걸으며 사세가 위축돼 지난 2 0일에는 鳳鳴산업과 도투락식품이 부도를 냈었다.
鳳鳴그룹은 李회장 작고후 아세아시멘트계열과 鳳鳴산업계열로 분리돼 아세아시멘트쪽은 4형제중 2남과 4남이,鳳鳴산업쪽은 장남과 3남이 맡고 있고 이중 鳳鳴산업과 도투락식품은 3남인 李昇茂씨가 경영해 왔다.
〈南禎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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