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혁칼럼>정책9단도 나와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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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확인되면서 지금이분명 難局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공직사회는 나사가 풀려 일선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는「伏地不動」상태이고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北韓核문제와 노동1,2호 미사일은 계속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으며,러시아의 핵폐기물은 우리의 東海를 위 협하고 있다.다른 龍들은 계속 뻗어가는데 우리는 엔高好機마저 못살리고 있고 세계 1,2위를 다투는 교통사고.불친절로 엉뚱한 명성을 떨치고 있다.돈은 없는데 사회 기반시설 확충은 급하고 冷害를 당한 농민 마음이 추곡수매가로 상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이처럼 어디를 둘러보아도 難題요,골칫덩어리요,해결이 간단치 않은 문제 투성이다.
국가경영은 세력을 규합.확대하고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좁은 의미의 정치만으로는 안된다.우리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의 우선순위와 緩急을 정하고 해결公式을 제시하고 그리하여 더 富强한 나라,더 質높은 국민의 삶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책 능력을 아울러 가져야 하는 것이다.
金泳三대통령을 흔히 정치 9단이라고 한다.그만큼 정치에 있어서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아닌게 아니라 집권초기에 電光石火처럼 軍개혁을 단행하는 솜씨나 야당까지도 개혁을 지지하지않을 수 없게 하는 정치역량은 탄복할만하다.대통 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은 당연히 그 나라의 가장 영향력 큰 인물이겠지만 지금 金대통령은 강력해도 보통 강력한 대통령이 아니다.
그러나 집권한지 8개월이 된 지금까지 金정부가 보여주지 못한것은 바로 정책능력이 아닌가 싶다.대통령 이하 내각과 많은 공직자들이 열심히 하긴 하는 것 같은데도 웬일인지 여러가지 문제가 안풀리고 상황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경제에서,韓-藥분쟁에서,北韓核문제등 도처에서 정부능력이 의심받고 위태위태한 느낌을 주어왔다.특히 여객선 참사로 공직사회의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그런 분위기는 더욱 深化되는 것 같다.이 시기를 難局으로 느끼게 되는 중요한 요소 가 바로 이런정부능력문제가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는 하나같이 고도의 전문지식과 국제적 감각,세상사에 대한 풍부한 경험,立體的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경제나 核문제와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교통.교육문제등 무엇하나 상식적 대처로는 통 하지 않는 세상이다.얼마전 과소비와 虛禮를 막기 위해 잘 한다고 한 화환안보내기운동이 꽃재배농민의 시위를 부르고,호화 유흥업소를 결딴내자 갈곳 없어진 그 쪽의 虞犯性 인구들로 인해 범죄가 는다는분석이 나온다.單線的으로,한 面만을 보고 판단하기엔 세상사는 이처럼 복잡한 것이다.
단순한 열정이나 순수한 동기 또는 민주화투쟁 경력만으로는 국가경영이 안되는 것이다.또 이런 문제들은 대통령 한 분이 열심히 한다고 감당할 수 있는 문제들도 아니다.고도의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노련한 행정능력등을 갖춘 사람들이 요 소 요소에 앉아 열심히 챙기고 밤낮없이 씨름해야 할 문제들이다.
대통령은 바로 그런 인물들을 찾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고 소신껏 일할 여건을 보장해 주고 자기는 高所大處에서 巨視的으로 판단,결단을 내리는 입장이 돼야 한다.그래서 상황이 개선되고 실적이 오르면 그것이 누구의 아이디어로 누가 추진 했든 모두 대통령의 업적이요 공로가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싫든 좋든 우리가 해답을 내야 할 문제들은밀어닥치고 있다.하루가 늦으면 하루만의 손해가 아니고,1년을 늦추면 장차 몇년의 손해를 볼지 모르는 문제들도 많다.해답의 방향이 몇度만 틀려도 엄청난 代價를 물어야 할 일도 많다.아마추어한테 맡길수 없는 일들이다.모두 막대한 돈과 人力과 전문적판단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다.경제가 그렇고,核이 그렇고,교육.환경.교통문제등 안그런 게 없다.
정치는 이미 金대통령이 9단이니까 이젠 정부에「정책9단」도 나와야 겠다.정책 9단이 그 밑에 정책8단.7단등 프로들을 거느리고 하나의 팀이 되어 오늘의 難題들을 풀어나가야 한다.지금보면 여전히 좁은 의미의 정치에만 종사해온 정치 인들이 중요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정책 프로들이 得勢하고 무대를 주름잡는 시절이 돼야 겠다.
***일할 권한과 책임중요 정책 프로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도 주어져야 마땅하다.全斗煥前대통령에 대해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가 처음 故金在益씨에게경제수석비서관을 맡기는 자리에서『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했다는 말은 음미할만 하다.
훌륭한 王이나 대통령 밑에서는 名宰相이 나와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을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金정부도 이제는 유능한 정책 9단을 발탁해 그를 중심으로 國政을 운영할 팀을 짜는 게 옳은 것 같다.馬上에서 天下를 얻을수는 있어도 馬上에서 天下를 다스릴 수는 없다고 한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