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명산업 대표 모친·부인 피살/안방서 흉기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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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거울에 “기억하라” 글씨 남겨/범인지문·면장갑 수거 감정의뢰
25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728의 38 봉명산업 대표 구본국씨(48) 집 안방에서 구씨의 어머니 송길례씨(75)와 부인 정희숙씨(46)가 머리 등 온몸을 둔기로 맞아 숨져있는 것을 구씨의 동생 본호씨(43·세무공무원)가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본호씨에 따르면 이날 어머니 송씨에게 매달 주는 용돈을 드리기 위해 형집에 찾아가보니 현관문이 열린채 안방에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형수 정씨는 이미 숨져있었고,어머니 송씨는 신음중이어서 인근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는 것이다.
안방 두사람 곁에는 야구방망이와 피묻은 망치가 놓여있었고 화장대 거울에는 눈썹그리는 회색연필로 「구본국 기억하라」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사건 당시 구씨는 경주보문단지 리조트건설사업을 위해 경주에 상주해 있었고 딸(20·E대 2년)과 아들(17·Y고 2년)은 등교해 있어 화를 면했다.
부인 정씨는 경주에 있는 남편을 찾아갔다가 이날 오전 11시쯤 상경,변을 당했다.
경찰은 ▲안방 장롱을 뒤진 흔적만 있을뿐 별다른 피해물품이 없고 ▲화장대 거울에서 협박성 경고문구가 발견되고 ▲범행이 잔인한 점으로 미루어 원한에 의한 보복 살인으로 단정,이날 오후 급거 상경한 구씨를 상대로 주변인물의 원한여부에 대해 수사중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지문 2개와 면장갑을 수거,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25일 밤 12시쯤 지난달 그룹 인원감축 방침에 따라 퇴직당한 2명중 이 회사 전 대리 조모씨(35)가 당시 불만을 품고 협박전화를 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었다는 구씨의 진술에 따라 조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연행,철야조사를 벌였으나 알리바이가 성립돼 일단 귀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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