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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봉」(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개구리는 곡식과 야채를 탐식하는 메뚜기를 즐겨 잡아먹는다. 뱀은 개구리를 잡아먹고 황새같은 큰 새들은 뱀을 잡아먹는다. 거꾸로 말하면 육식조류가 멸종하면 뱀이 많아져 개구리를 모두 잡아먹게 되고,그렇게 되면 메뚜리가 크게 번식돼 곡식과 채소수확을 망치게 된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족제비과에 속하는 짐승중 수달이란게 있다. 이 짐승은 강기슭이나 늪가의 굴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그래서 어부의 경쟁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달은 병든 물고기만 잡아먹기 때문에 물고기사회에서 질병의 전염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어부와는 공생관계인 것이다.
자연생태계는 이처럼 오묘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보호·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생태계의 보호가 곧 인간 삶의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들만이 저지르는 자연에 대한 범죄다. 생태계는 각종 공해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최근 밝혀진 제3의 이유는 「경제성」 높은 외래종의 국내 반입에 의한 것이다. 불사방생용으로 수입된 낯선 이름의 블루길과 배스가 물고기의 알과 치어를 닥치는대로 잡아먹기 때문에 토종물고기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외국산 식용개구리인 황소개구리는 토종개구리는 물론 뱀이나 물고기까지 탐식하는 바람에 토종개구리가 씨가 마를 지경이라고 한다. 얼마전에 화제가 된 미국자리공은 독성유무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생태계를 왕성한 번식력으로 잠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엔 중국산 꿀벌에 묻어들어온 중국 진드기가 수입양봉은 물론 토종벌에까지 번져 꿀벌들이 무더기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외래종이 들어오기만 하면 우리의 토종이 피해를 당한다니 생태계도 마치 외세의 침탈에 시달려온 우리 민족을 닮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눈앞의 이익이나 경제성만 앞세우다가 나중에 어떤 자연의 재앙을 당할지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인간 침략군의 퇴치는 군사력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생태계 피침으로 인한 종의 훼손은 그렇게 간단히 회복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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