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TV주말극 산다는것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17일 막을 내린 SBS-TV 주말연속극『산다는 것은』의 작가 김수현은 극중에서 자신의 발언을 많이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대사를 통해 직접 말하기도 하고 극중인물의 특이한 성격 규정을 통해 은유하기도 한다.그의 발언은 섬뜩할 정도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거기에 자신의 주장을실을 경우에도 원칙적으론 틀린 얘기를 하지 않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주장들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그것은 김수현이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의 독특함 때문인듯하다.
그는 현실을 그림그리듯 치밀하게 부정하고 그 반대편에 원칙적인 당위를 던져놓는다.예컨대 혼수문제로 양가가 티격태격하는 단면을 클로스업시키고『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간의 만남인데…』라고 말한다.사실과 당위가 극단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김 수현식 발언법의 기본 구조다.
그래서 김수현의 발언들은 본인의 의도야 어쨌든 삶에 대한 싸늘한 비웃음으로 전달되는 점이 없지 않다.일각에서는 그 자신이사실과 당위가 분리된 틈바구니에 안주한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고있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그러나 『산다는 것은』에서 김수현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도 숙표(김혜선 扮)의 고부관계를 현실로,은표(유호정扮)의 고부관계를 당위로 극단적인 대비를 시키고 있고 유호정이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게 하는등 특유의 발언법을 구사하고 있지만 극의 중심인 원표(원미경扮)을 통해서는 따 뜻한 시선으로세상을 껴안고 있다.
원미경은 흔히 김수현 드라마에서 보아온,남자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공격적이고 약한 여자가 아니다.그녀는 집안의 대.
소사를 모두 해결하는 억척이지만 부드러움을 간직한 여자로 진지하면서도 낙천적이다.살아가면서 부닥치는 고난에 대 해 결코 도망가지도 않고 신경질 부리지도 않는다.그녀에게서는 부정해야할 현실과 지켜야할 당위가 분리돼 있지 않다.
마지막 회에서 가출했다 돌아온 숙표에게 원표가 던진 이야기는작가 김수현이『산다는 것은』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화해의 메시지로 그의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 인생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니.그렇지만 조금씩 양보하면서 살자.나를 주어버리는데 인색하지도 말자.나 없으면 못산다는데 내 인생 뭐가 대단해서 못주겠니….』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