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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2단계 금리자유화-제자리 맴돌 금리에 반응 시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또 한 차례의 금리 자유화가 코 앞에 다가 왔는데도 왠지 다들 분위기가 시큰둥하다.
「11월 중에 모든 대출 금리가 자유화 된다」는 2단계 금리자유화의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보통 일이 아닌데도 실제로는 모두들 김이 빠진 상태에서 2단계 금리자유화를 맞고 있다. 금융이 제 기능을 찾는게 급하다고 하면서도 돌아서서는 같은 입으로 금리자유화 때문에 금리가 오를 것이 걱정이라는 기업들,금융 개혁을 더 이상 미룰수 없다고 하면서도 內心 금리를어떻게 다루어나갈까를 궁리하는 금융 당국,그리고 금리 자유화를위한 실무 준비를 하면서도 정부의 눈치를 열심히 살피고 있는 금융기관들 모두 명색이「금융 개혁」에 대비하는 팽팽한 긴장감은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한 마디로 2단계 금리 자유화 이전과 이후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이는「금융개혁은 시급하되 금리가 오르면 안된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에서 모두가 빠져 나오지 못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한국형 현실 이다.
실제로 재무부나 한은은 요즘도 기회 있을 때 마다 금리 자유화 이후「先導 은행(Leading Bank)방식」을 통해 금리상승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누누이 밝히고 있다.이를 바꿔 말하면 금리가 오를 경우 어느 한 은행에 「총대」를 메게해 나머지은행들의 금리를 지도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실명제로 돈을 그만큼 풀었는데도 시중 금리가 뚝 떨어지지 않는 것은 돈이 몰리는 은행 信託이 채권 투자에 소극적이기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그러나 당장 정부의 한 구석에서는 내 달에 또 다시「실세 금리 이하」의 양곡증권을 발 행,은행 신탁에 안길 준비를 하고 있다.금리 자유화를 하든,안 하든 막무가내로 반복되는「연례 행사」가 올해도 되풀이 될 태세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금리 자유화를 위해서는 채권 입찰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정작 채권 입찰이 벌어지면 기관투자가들에게「낮은 금리」의 입찰을 종용하곤 한다.
높은 금리 부담을 지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의처지를 생각하면 금리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책 목표다.
그러나 비단 외국에 약속한 금융개방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이제는 금융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스스로의 상황에 밀려 금리자유화를 시행하면서「금리 자유화」「금리 인하」라는 두마리토끼를 다 쫓는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한 중간에 등이 터지는 것은 금융기관들이다.그림에서 보듯 불황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의 부실 채권은 올들어 다시 그 비중이 급격히높아지고 있다.쓰러지는 기업들의 고통이 時差를 두고 은행으로 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정쩡한 2단계 금리 자유화의 과제는 따라서 앞으로「불황의 비용」을 기업이 치르게 하느냐,금융기관이 떠 안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金秀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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