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전투병 파병/뜨거운 감자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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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야 “실익없고 미 용병 인상”강력 반발/여도 반대론 많아… 정부선 입장 유보
미룩이 요청한 한국군의 소말리아 전투병 파병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해 공식입장을 유보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물론 민자당내에도 반대여론이 높다.
○…민주당은 소말리아 추가파병에 「결단코 반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기택대표는 『소말리아 추가파병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의원들과 당직자들도 추가파병때 우리나라가 「제2의 월남전」 사태를 맞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번 공병부대 파병안의 국회 동의안을 적극 지지했던 것과는 1백80도 달라진 태도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 확정·발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야당이 일찌감치 반대를 외치고 나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추가파병이 명분은 물론이고 국익도 얻어내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병력과 장비를 잃어 의회의 철수압력에 의해 자신들 스스로가 내년 3월 철수키로 했고 프랑스·벨기에 등도 철수를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추가파병을 결정하게 된다면 그들은 대신해 전투를 떠맡을지도 모르고 이는 「미국의 용병」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병오 정책위의장은 『베트남전보다 더 명분없는 아프리카 내전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국의 용병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파병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베트남 전에서 한국군 파병이 처음에 비전투 부대파견으로 시작됐다가 전투부대로 확대되었던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상록수부대의 공병단 파견에 이어 전투부대를 파견한다면 자칫 「제2의 월남전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신정당 등도 일제히 『정부는 한국군이 미국의 용병으로 전락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반대했다.
○…민자당 관계자들은 「불가피론」으로 기우는 정부측 기류와 반대여론을 함께 의식한듯 공식적인 찬부표명은 삼가고 있다.
김영구 원내총무는 『국회 차원에서 먼저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드러내놓고는 말 못하지만 『추가파병은 실익이 거의 없다』는 반대의견을 가진 이들이 상당히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계 당직자는 『현재 전투부대를 파견하는데 박수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아무리 자위를 위한다손 치더라도 전투에 한번 말려들면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민주당이 제2의 월남전화를 걱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전투병 파병은 국익과 여론을 고려해 아주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박영수·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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