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개운찮은 애커먼 방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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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판문점을 통과한 것이 이번 訪北의 가장 큰 성과였다.』 북한 조선외교협회 초청으로 사흘간 평양을 방문한뒤 12일 정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애커먼 美하원 亞.太소위원장의 방북 성과에 관한 일성은 당초 북한핵문제 해결에 큰 기대를 걸었던 많은 이들에게 의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이었다.
애커먼의원은 한걸음 나아가『5백1년전 오늘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날』이라면서 자신의 판문점통과를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에 비유했다.
『두 갈래의 길 가운데 노란 길을 고른데서 모든 차이가 시작됐습니다.』 그는 프로스트의 시「가지않는 길」을 인용,판문점 통과를 역사적 사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인사로는 처음 판문점을 통해 입국한 그의 소감이 남다른데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전임 亞.太소위원장인 솔라즈의원이 89년과 91년 두차례나 판문점을 통한 남하를 희망했지만 퇴짜 맞은 것에 비교하면 더욱그럴 것이다.
그는 판문점 기자회견에서『金日成과 예정에 없던 점심까지 함께했다』고까지 과시하면서도 정작 핵심문제가 나오면『협상이 아닌 논의를 하러갔다』는 토를 말문마다 달았다.
당초 평화의 집 3층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장이 평화의 집 앞으로 급조된 것도 북쪽을 배경으로 사진이 찍히고 싶다는 그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後聞이다.
그의 남북 동시 교차방문 목적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징후들이 아닐수 없다.
그의 선거구가 다수의 한인들이 살고있는 뉴욕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물론 애커먼의원의 판문점을 통한 교차방문을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그는 남-북,美-北간에 마땅한 고위급채널이 없는 마당에 美-북한 3단계 회담에 대한 미 국측의 입장등을 북측에 전달한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방북이 당면현안보다 정치적 입지에 무게중심이 쏠려있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애커먼의 말은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동행한 美국무부 키네노스 북한담당관의 얘기를 들어봐야 북측 의도등을 알수 있을것같다.』 애커먼의원과 얘기를 나눈 한 정부소식통의 평가는 떠들썩한 그의 남북한 교차방문을 곰곰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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