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속 꽃핀 훈훈한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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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구라도 더…” UDT·탤런트 정동남씨 혼신/자원봉사단체들은 주머니 털어 유족 위로
궂은 일도 마다않고 서해페리호의 시체인양작업에 뛰어든 해군 수증폭파대(UDT·팀장 강신도 특공1지대장)와 KBS 탤런트 정동남씨(42).
칠흑같은 바닷속에서 침몰선의 구조물에 찢기고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도 1구의 시체라도 더 인양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31명의 요원들로 구성된 UDT팀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11일부터 13일 오전까지 인양한 시체만도 33구.
먼저 해머로 사고선박의 문을 부숴 가로 60㎝,세로 1백40㎝의 선실 진입로를 만들어 밧줄로 배밖의 동료와 서로 몸을 묶고 선실로 들어가 시체를 인양하고 있다.
선체가 오른쪽으로 90도 기울어 시체가 한쪽으로 몰려있고 시체끼리 껴안거나 탈출을 시도한듯 창틀을 꽉 잡은채 엉켜있어 1구의 시체를 분리한후 밖으로 끌어내는데만도 40분씩 걸리고 있다.
또 KBS 탤런트인 정씨가 생업도 팽개친채 이들 UDT 대원들과 합류,시체인양작업에 나서고 있어 화제다.
사고소식을 들은 직후 KBS 스킨스쿠버팀을 이끌고 현장에 달려온 정씨는 벌써 7구의 시체를 인양하는 솜씨를 과시.
그는 수중사고를 찾아다니며 인명을 구조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보여왔다.
한강순찰대에서 인명구조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는 그는 원주부근 섬광교 여객버스 추락사고 등에서 지금까지 인양한 시체만도 1백20구가 넘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왔다.
이밖에 자원봉사자들도 따뜻한 손길로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고 있다.
시신 인양작업이 본격화된 12일부터 군산 여성단체협의회가 주도가 돼 산하 10여개 단체 등 20여개의 자원봉사단체가 나서 군산 공설운동장과 각 병원 영안실에서 유족들을 위해 커피와 라면을 끓여주고 있다. 또 이같은 봉사손길은 주변의 이리·김제·전주 등의 민간단체들로 확산돼 이들도 유족들을 위해 생필품과 약품배급 등을 돕고 있다.
이밖에 군산의료원 등에는 YMCA 등 민간단체 소속 회원들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유족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부안=이기원·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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