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흔들리는 홍콩언론-귀속이후 보도두려워 정치문제회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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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97년 홍콩의 中國반환을 앞두고 홍콩언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홍콩언론의 이같은 동요는 언론이 이제껏 英國통치아래 누려왔던 자유가 중국반환으로 위협받게 된데 따른 것이다.실제로 중국당국은 홍콩 언론장악 노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며 중국반환후 보복조치를 두려워한 일부 언론사들은 이미 민감한 정 치사안에 대해 보도를 회피하는등 親중국계 논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관리들은 동조적인 홍콩경제인들에게 현지언론사들을 인수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美國에 망명한 쉬자툰(許家屯)前신화통신 홍콩지사장의 증언이 뒷받침하고 있다.許前지사장은 80년대 중반자신의 재임시절 몇명의 홍콩경제인들에게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紙를 인수,親영국적 논조 를 무마시키도록 적극 권유했다고 폭로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親중국계 말레이시아 경제인 로버트 곽이 포스트紙의 주식 34.9%를 인수하자 홍콩언론계에서는 이것이 중국의 홍콩언론 장악을 위한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홍콩언론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서베이리서치 홍콩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홍콩의 10대 일간지중 4개지만 홍콩의 정치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더욱이 이중 현재 영국과 중국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정치개혁 에 대해 분명한 찬성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신문은 포스트지와 經濟日報뿐이다.나머지 신문사들은 중국과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이나 오락보도에 치중하고 있다.
홍콩언론인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은 최근 북경주재 홍콩언론인들이 연이어 구속되는 사건들로 더욱 실감하게됐다.몇달전 한 잡지사 여기자가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연설문을「부정한 방법으로미리 입수」해 구속됐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明報기 자가「금융정책기밀을 훔친 혐의」로 현재 수감됐다.
월간지 當代의 라우유슈 편집장은『北京정부의 언론탄압이 현재 이 정도라면 홍콩반환후에는 얼마나 심할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걱정했다.홍콩신문협회 이사장인 셤초이상은『홍콩언론인의 70%정도가 97년 이후 언론자유가 크게 위협받을 것 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고『언론사 간부들중 일선기자들에게 「중국적 시각으로 보도하라」며 親중국적 입장을 강요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인들의 동요를 의식한 크리스 패튼 홍콩총독은 4일『홍콩政廳은 언론자유를 끝까지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97년 이후 홍콩을 떠나게 되는 그가 북경의 입김을 끝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는 극히 회의적이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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