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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무는 대형참사 긴급진단(우리회사 나사 풀렸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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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적당주의가 큰화 부른다/사고원인 따져보면 모두 사람탓/기본수칙 안지켜도 서로 모른척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렸다. 우리 사회 곳곳에 성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부안 여객선 참사는 사고의 불가피성이나 비극성을 따지기에 앞서 도대체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자탄케 한다. 우리는 이미 국지적 대책을 논할만한 수준을 넘어 사회해체의 절망과 위기속에 빠져있다. 불과 몇개월의 시차를 두고 땅에서,하늘에서,바다에서 이토록 어이없는 떼죽음을 당하는 나사가 대저 어디에 있는가. 위도 앞바다 여객선 참사는 선장·승무원은 물론 선박회사·해경·해운항만청 모두가 적당주의의 깊은 늪에 빠져 저지른 총체적 인재라고 단언할 수 있다.<편집자 주>
수십·수백명을 실어나르는 여객선 서해페리호는 지금까지 안전수칙 위반,운항관리 및 감독부재,선박의 안전시설 미비를 누구하나 제대로 챙기지 않는 방치된 상태에서 운항되어 왔다. 평소의 운항뿐 아니라 그들은 재난구조 대비 제로의 사각지대에 내팽개쳐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있었다.
○불법운항 다반사
이번 사고가 불가항력의 재해가 아니라 인재였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첫번째 증거는 반드시 승선해야할 항해사가 타지 않고 갑판장이 배를 몰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많은 사람을 태우는 여객선에 항해사가 타 뱃길을 인도해야함은 가장 기초적인 상식이다.
이번 사고를 낸 군산 서해페리회사는 여객선 7척에 항해사 정원 13명을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4명만을 고용,불법운항을 다반사로 해왔음이 밝혀졌다. 전국의 연안여객선이 모두 비슷한 형편이라고 한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구명조끼는 선실다락에 실려있었고 안내방송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이런 불법여객선 운항관행(?)에 항만청이나 해운조합이 출항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또 사고 여객선은 출항신고를 생략한채 파장금항을 떠났고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한다. 서해페리호측 이야기로는 파장금항에는 여객사무소는 물론 매표소마저 없어 승선자명단을 파악한후 출항하는게 아니라 배안에서 표를 팔고 명단을 파악한후 목적지인 격포항에 도착해 파장금 해경서에 출항신고를 한다는 것이다. 앞뒤도 없고 책임 구분도 없는 대충대충의 여객선 사업을 서해페리호는 91년 첫 취항때부터 해왔다.
이들에겐 어느 감독관청이 문제를 삼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사고발생후 3일이 지났는데도 승선자명단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투다.
○검사원 상주안해
서해페리호는 운항안전검사도 받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여객선이 출항할때는 항만청과 해운조합에서 승선인원·화물적재량·안전시설 등에 대해 안전검사를 하도록 되어있는데 파장금항에는 검사원이 상주하지 않고 한달에 어쩌다 한번 들를까말까라고 한다. 영세한 업자가 정원을 초과한 상태에서 악천후를 마다하고 출항한 것은 삶의 질을 따질 겨를없이 우선 돈만 벌고보자는 의식의 낙후성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게 배어있나를 반증한다.
서해페리호 관계자는 『사고당일 출항시간이 예정보다 10분 늦은 것으로 보아 선장이 출항을 포기하려는 뜻도 있었던 것 같다』며 『월요일 출근을 걱정하는 낚시꾼들이 「주의보가 내려지지도 않았는데 왜 출항을 하지 않느냐」고 한데 자극을 받았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사고해역에 자주 돌풍이 부는 악조건을 잘 아는 선원들이 운항을 강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고직후 해경 등이 보인 재난관리능력 역시 허점과 적당주의 투성이였다. 해난구조의 1차적 책임을 맡고 있는 해양경찰의 상황일지를 분석해보자.
인천에 있는 해양경찰청은 사고당일 구조헬기 등 항공기출동 요청보다 구조함출동 지시를 먼저 내렸다.
○헬기출동 뒤늦게
해상에서의 긴급사고시에는 속도가 느린 선박보다는 항공기를 먼저 보내는 것이 상식이다. 이에대해 해경 황호환 경무부장은 11일 국회 내무위에서 『헬기의 경우 사고해역까지 40분밖에 소요되지 않지만 사고접수후 경비정을 우선 출동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사고접수 16분이 지난 오전 10시31분에 공군·해군에 헬기지원을 요청했다』고 실토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군산 공설운동장에는 인양된 시체들을 안내하는 방송이 진행중이다.
『빨간 점퍼에 흰색 블라우스,청바지를 입은 30대 중반의 여성분을 확인하실 분은 나오세요』 『자주색재킷에 금반지를 낀 40대초반 여자분이 있습니다.』
격호항주변에는 「서울낚시꾼」 들이 타고왔던 서울번호판의 승용차들이 주인을 잃은채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다.<현석화·서형식기자>
□사고직후 해양경찰청 상황일지
오전 10시15분 파장금신고소 사고접수
10시15분 군산해경 상황실 접수(무전연락)
10시15분 (군산해경서) 258함·P69정 출항지시
10시25분 해경본청 상황실 접수
10시31분 공군과 경찰에 항공기 지원요청
10시35분 해군 202전대에 고속정 지원요청
10시40분 파장금신고소에 어선동원 지시(함정 행동상황 현황) ▲258함(해경경비함)
10시15분 출항
11시15분 도착예정
▲261함
11시 출동지시
14시30분 도착
▲P69정
10시15분 출동지시
10시30분 출항(사고해역엔 도착 못하고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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