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진압명령에 내부분열/「입김」 세지는 러시아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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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 소극적… 「중립」깨고 정치개입 가능성
러시아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한 러시아군은 보리스 엘친 대통령의 1등공신이 돼 앞으로 러시아정국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후 「정치로부터의 중립」을 지켜온 러시아군은 이 원칙을 깸으로써 한편으로 큰 부담을 안게됐다.
8일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팩스신문은 아르그멘트 이 팍스지,그리고 이즈베스티야의 코노넨코 기자는 러시아 군부대의 분열상과 반옐친적인 기류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보리스 그리모프 국방차관을 비롯한 러시아 군수뇌부는 끝까지 옐친에 의해 하달된 진압 명령에 불만을 품고 작전내용을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등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또 루츠코이의 아프간 전쟁 동료였던 표도르 티네킨 공군대장은 최고회의 건물에 대한 공격명령 이후에도 의회내 간부들과 비밀통화를 통해 대통령측 부대의 상세한 작전내용을 비롯한 국방부 간부회의 내용을 전달해주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옐친에게 충성을 시종일관 맹세한 것으로 보도된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도 최고회의 건물에 대한 공격명령에 대해 처음에는 「군의 중립」을 내세워 반대의사를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옐친의 뱌체슬라프 코스티코프 대변인은 이같은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군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대통령에게 충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구소련시절 최상의 대우를 받으며 최고의 자부심을 가졌던 군은 화려했던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상대적으로 현재의 형편없는 급료와 떨어질대로 떨어진 사기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갖기에 충분한 요소가 되고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내몰린 군은 옐친의 개혁정첵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그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이들이 보수파에 대한 무력진압에 나서긴 했지만 그것이 속마음이 아니라는 것은 진압과정의 분열상들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옐친의 1등공신이 돼버린 군부의 발언권은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군이 보수적인 성향을 지속할 경우 옐친의 개혁속도는 영향을 받게될 것이 분명하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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