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라크군 걸프전 생.화학무기 썼다-미군 만천여명 괴질앓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게다가 걸프전에 참전했던 미군병사 1만1천여명이 원인을 알수 없는 괴질에 시달리고 있어 이 주장에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사용설을 처음 주장하고 나선 사람은 걸프전 참전용사인 윌리 힉스상사.탄약중대 소속이었던 그는 이라크에 대한 공습이 시작된지 1시간쯤 후인 91년 1월17일 새벽2시30분 이라크군의 미사일이 막사위에서 작렬, 동료들과 함께벙커로 피신했다.「가스공격」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고 벙커속에피신했던 병사 한명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이어 그는 얼굴이타는 듯하고 기관지가 부어 올라 질식사할 것같은 느낌이 들어 방독면을 벗었다.
3일 뒤 힉스상사는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고 다른 병사들은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당시 지휘관이던 루이스 해리슨소위는 부대의 동요를 우려,이 사실을 입밖에 내지 못하도록 명령했다.그러나 힉스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됐다.극심한 피로감이 엄습했고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져 어떤 때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모를 정도가 됐다.직업군인이던 그는 결국 전역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 걸프전 참전용사들이 모두 1만1천명이나 되며 그들의 증세는 급성 피로,근육및 관절통,발열,설사,물집,체중감소,탈모,혈담등 다양하다고 워싱턴의 월터 리드 육군병원의 로널드 블랙소장은 설명하고 있다.이들은 그래도 상태가 양호한 편에 속한다.이들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한 케이스가 세드릭 밀러 상사다.그는 쿠웨이트에서 귀국한 후 92년 3월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기는 왼쪽 눈과 왼쪽 귀,왼쪽 턱등이 없고 심장엔 구멍이 생긴 선천적 기형아였 다.
2년이 지난 올해 힉스상사의 중대원 1백10명중 85명이 비슷한 증세를 보이자 힉스와 몇몇 환자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미군당국은 이같은 증상들이 단지「걸프전신드롬」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고 미국방부 대변인도 이달초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결코 사용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로널드 리글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에 반박하고 있다.그는 수차례 상원청문회를 개최,힉스상사와 같은 예가 더 있다며 미군병사들이 개전 초기 이라크의 생.화학무기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증거」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미군당국이 이를 처음부터 부인하고 있는 것은 당시 노먼 슈워츠코프 대장이 강력 주장했던 핵무기 대응을 우려했거나 미군이 생.
화학무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수단을 갖고 있지 못 하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당사자격인 미국방부가 적극 조사를 기피하고 있어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사용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