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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고학 이론 비판-非전공 전경수교수 이색논문 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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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반적인 학계의 분위기가 비판에 대해 너그럽지 않은 풍토에서자신의 전공과 다른 분야에까지 비판을 가하기란 더더욱 쉽지않다. 문화인류학자로서『똥도 자원이다』라는 이색적인 環境관련저서를냈던 全京秀교수(서울대)가 최근 고고학계 풍토를 거칠게 비판하는 글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韓國學報』93년 가을호에 실린 全교수의 논문제목은『先史文化의 이동과 소금의 民俗考古學』.「韓國考古學의 이론화를 위한 시론」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선사시대 소금의 제조와 공급방식을 통해 문화변동과정을 다룬 이 논문에서 全교수는 상당부분을 국내고고학계의 이론부재를 비판하는데 할애했다.全교수의 비판은 고고학계가 선사시대의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기보다 시대구분에만 집착해 있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全교수는 고고학계가 아직도『생산지에서는 이미 폐기돼버린낡은 이론과 가설에 연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신석기시대 즐문토기인들을 대체하고 들어온 무문토기인들이 민족의 기원을 이룬다는 현 고고학계의 주민교체설을 그 대표적인 예로 꼽았 다.
全교수는 이 이론은 구미학계의 전파론같은 거대이론을 단순화시킨 것으로 국내고고학계에서는 미시적 자료의 제시없이 쓰이며 선사문화간의 단절을 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신석기시대 무문토기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의 즐문토기인들이 축출됐을 것이라는 주민교체설 내지 이동설은 기본적으로한반도를 빈땅으로 생각하고 이 빈곳에 다른 곳으로부터 어떤 집단이 이동해왔다는 선입견을 담고있어 문화적인 변 동과정은 전혀설명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지적이다.
全교수는 자신이 소금을 테마로 다룬 것은『즐문토기인들은 해안에 주로 거주했고 무문토기인들은 내륙에 주로 거주했다』고 평면적으로 서술하는 기존 고고학의 일반론과 달리 두 문화간에 변동을 가져온 핵심적 요소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금은 녹기 전에는 일종의 結晶으로 공간을 차지하는 유물처럼 보이지만 녹아버리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유물유적에만집착하는 고고학계에 문제제기의 소재로서는 안성맞춤이라는 것.
해안에서 살던 사람들이 내륙으로 이동할 때는 반드시 소금의 공급문제가 해결된 상태일 것이라는게 全교수 논문의 출발점이다.
소금은 해안가에 살면서 수렵에 의존하던 즐문토기인들에게는 결정형태가 아니더라도 생선과 고기에 포함된 염화나트륨과 소듐복합물에 의해 심각한 생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무문토기인들의 농경시대가 되면 곡류와 채소에 의한 생활을 하 게돼 따로 소금을 섭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
내륙에 살던 무문토기인들의 주거유적은 한곳에서 평균 8백명이상이 살았음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1인당 하루평균 소금섭취량 12~13g을 계산하면 1년에 이 공동체에는 3.5t의 소금을 필요로 한다고 全교수는 설명했다.그렇지만 한반도에서는 이렇다할암염이 발견된 적이 없어 무문토기인들은 즐문토기인들과 달리 외부와의 소금교환이 필수적이었으며 소금공급의 확대에 따라 내륙으로 점차 이동해 들어갔다고 설명하고 있다.
全교수는『인간의 행위와 사고방식이 표현되는 民俗誌的인 자료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 고고학적 자료』라고 지적하면서『선사시대의 유물유적만을 대상으로하는 발굴 전문가들은 그들의 삽질끝에 인간의 행위와 신념이 칼질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것』이라며 고고학계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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