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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백승홍 의원 '공천 갈등' 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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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15 총선을 석달 앞두고 한나라당이 올해 첫 의원 탈당을 기록했다. 공천 후유증이다.

당내 위기감이 번지면서 당 총선 전략회의에선 "이렇게 가다간 완패한다"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백승홍 의원(대구 중구)은 14일 지구당 사무실에서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지역구를 대구 서구로 옮겨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했다. 대구 서구는 강재섭 의원의 지역구다.

명분은 공천 파동에 대한 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다. 그는 "공천 자료 유출 진상조사와 공천심사위 재구성을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아 탈당한다"고 밝혔다. 白의원의 탈당이 '줄 탈당'의 신호탄이 될지가 관심이다. 일각에선 공천 가능성이 낮은 몇몇 의원이 뛰쳐나갈 것으로 본다.

白의원도 "탈당 합류 의원이 더러 있을 것"이라며 "이회창 전 총재계로 분류돼 당무감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영남권 의원들이 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탈당에 앞서 비주류로 분류되거나 당무감사 때 낮은 점수를 받은 P.K.M 의원에게 동참을 호소했었다.

그러나 이들이 망설이는 바람에 白의원이 먼저 결행했다는 것이다. 비주류 좌장격인 서청원 전 대표는 白의원의 탈당설을 듣고 전화를 걸어 "왜 성급하게 그러느냐. 당내에서 같이 움직이자"며 탈당을 만류했지만 白의원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당내에선 그가 지역구 조정에 대한 불만으로 나갔다고 본다. 한 당 관계자는 "白의원이 인구 미달로 그의 지역구인 중구가 남구와 합쳐지게 되자 통합지역구의 공천 보장을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거절되는 바람에 탈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정을 현역 의원들이 다 알고 있기에 동참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당 뉴비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총선 전략회의도 어수선했다. '17대 총선, 정책 방향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게 주제였다. 토론자로 나온 외부 인사들은 한결같이 당의 전략 부재를 비판했다.

권영준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은 "한나라당은 가용자원도 활용하지 못하는 복잡한 이해집단인 동시에 비판적 지지세력을 방기하는 정치집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혁 이슈 선점에 항상 뒤진다"고 덧붙였다. 최병렬 대표의 용퇴론도 제기됐다. 그는 "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한 뒤 崔대표는 국민과 당을 위해 용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노무현 변수'를 경고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겐 불안하면 불안할수록 지지를 더 얻는 역설이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불안할수록 盧대통령이 이슈를 선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盧대통령이 재신임을 선거 막판까지 이슈화시킴으로써 총선을 대선 같은 성격으로 몰고가 투표율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자 뉴비전위는 즉각 회의를 비공개로 바꿔 진행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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