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라”… “안된다”/밤샘진통/약국휴업 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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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시·도지부장들 급거상경 “수습”/회장단모임 고성 오가기도/「정부통첩」 8시간만에 적극 반전
집단이기주의의 대표적 형태로 나타났던 대한약사회의 휴업사태는 정부의 강경대응방침과 여론의 힘에 의해 휴업철회로 막을 내리게 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약사회에 휴업결정 주도자 구속 등 정부의 초강경대책이 전해진 것은 총리실에서 관계장관회의 끝난지 1시간후인 24일 오후 3시쯤. 서경석 경실련 사무총장 등 사회단체 대표와 사회원로들의 방문을 받아 입장을 설명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소식을 전해들은 김희중 회장직무대행 등 회장단과 간부직원들은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특별한 반응를 보이지 않았다.
약국문을 닫은채 약사회관에 나와있던 일선약사들은 오히려 정부방침에 자극을 받은듯 목소리를 높여 정부를 성토했으며 약사회의 분위기도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듯했다.
그러나 잠시후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약사회의 휴업결정에 대한 조사를 위해 들이닥치자는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이어서 서초경찰서에서 서울시 약사회장과 사무국장 등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임의동행하는 등 정부측의 조치가 구체화되자 이곳저곳에서 술렁이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해도 약사회의 입장에 변화의 조짐은 없었다.
오후 5시쯤 보사부로부터 회장단이 와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보사부장관실로 송정숙장관을 찾아가는 김 회장 직무대행 등 회장단 4명의 표정은 다소 상기된 듯했다.
오후 6시 송 장관은 이들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한 집단행동은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법행동을 제재한다는 계획입니다. 여러분들의 앞장서서 조속히 약국의 문을 열어주십시오.』
『한번 논의해보겠다』고 명확한 입장표시를 피한 회장단은 약사회관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10시 회장실에서는 고성이 흘러나와 약사회의 본격적인 고민이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 순간 서울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휴업지역의 지부장들이 모여 이미 휴업중단을 결정하고 있었다.
전국 15개 시·도지부중 12개 지부장들이 정부의 강경대응방침 소식을 듣고 급거 상경,숙소인 맨하탄호텔에서 수습책을 논의한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지부장들은 오후 11시30분 김 회장 직무대행을 호텔로 불러 직권으로 휴업철회를 선언토록 압력을 넣었고,처음 난색을 표하던 김 회장직무대행은 결국 25일 오전2시 약사회관에 대기중이던 부회장단과 논의끝에 휴업철회를 결정했다. 정부의 강경대책 발표 12시간,보사부의 최후통첩 8시간만에 약사회가 여론이 굴복하고만 것이다.
25일 오전 9시 약사회 팩시밀리는 각 지부에 전통을 보냈다.
『지부장단의 요청에 따라 김 회장직무대행은 지부총의에 따른 무기한 휴업결의를 철회합니다.』
여론의 힘을 재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신성은·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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