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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무엇이다른가>2.집단이기주의 인내.설득으로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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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계획용량 8백30만㎾(현재 7기중 3기 3백30만㎾ 가동중)의 가시와자키 원자력발전소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상 수상작『雪國』의 무대 니가타縣에 위치해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피해 경험이 남아있는 日本에 原電을 세운다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의 극복없이는 생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가시와자키 原電 건설에 따른 갈등은 69년 故고바야시 당시가시와자키시장이 지역개발을 목적으로 원전유치를 결정하면서 비롯된다. 물론 주민들의 반대는 거셌다.
대규모 항의집회에서 가두.시청사앞 연좌데모등 시위.집회가 끊이질 않았고 찬.반 양론의 여론으로 日本열도가 끓어올랐다.
진화에 나선 市가 세운 대원칙은「인내」였다.먼저 시장실에「신문고」창구를 마련,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反原電 항의.요구에 참을성있게 귀를 기울였다.또 핵전문가.교수,심지어 기상학자까지 초빙해 수십차례에 걸쳐 토론회.학술발표회등을 열어 原電의 필요성.안전성을 주지시켰다.주민과 일반여론의 찬반현황,原電의 추진상황등 原電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철저히 공개했다.
9년여의 설득기간중 치러진 지방자치단체장선거도 여론을 수렴하는 또다른 場이 됐다.찬반의 소신을 공개리에 알리고 여론 심판을 구하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통성이 부여됐다.
찬성론자들의 잇따른 당선과 주민 90%이상의 지지가 확보된 78년 1호기가 착공됐고 그해에 세상을 떠난 고바야시시장을 위해 주민들은 마을공원에 동상을 세워 보은의 뜻을 기렸다.
原電 유치와 함께 이 지역에 투입된 개발지원혜택은 지금까지 교부금 6백82억엔 외에 세수증가 6백억엔등 1천3백억엔.
지원금은 모두 도로.주택.의료.위생.교육시설등 사회간접부문에투입됐고『가시와자키市의 발전을 최소한 20년 앞당겼 다』는 택시기사 호시노 요시오씨(57)의 평가에 시민모두가 수긍한다.
60년대 산업화와 더불어 제철.제련업이 융성했던 日本 기타규슈市는『일곱가지 빛깔의 공장연기로 덮여있다』는 뜻에서「무지개市」로 불릴만큼 심각한 공해에 시달리는 곳이었다.
日本최악의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벗기위해 환경정화에 나선 市가맞닥뜨린 최대의 어려움은 기업.시민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엄청난 공해방지 시설비를 부담해야하는 기업이나『내가 나선다고될 일이냐』며 겉돌고 있는 시민들 모두 한결같이「소 닭보듯」市의 정책을 외면했다.
환경정비의 大長征에 나서면서 市는 시민참여를 극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市가 우선적으로 착수한 일의 하나가 국민학교에 공기정화시설을갖춰주는 사업이었다.자녀들의 건강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들이 보인 반응은 대단했다.공해문제에 관한 관심의 고조는 물론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공해퇴치를 위한 여론이 급속히 확산돼나갔다. ***문제점 모두 걸러져 기업들에 대해서도「채찍과 당근」이 함께 주어졌다.중앙정부가 정한 환경기준보다 기준치를 훨씬 강화시키는 것과 함께 장기저리 융자.세제혜택등 지원안을 마련해 독려했다.
「공해의 피해자는 결국 자신」이라는 인식으로 똘똘 뭉쳐지게된시민.기업.당국의 노력은 20여년이 지난 현재 기타규슈市를 유엔이 지정한 환경개선 모범도시이자 日本내 최상급의 전원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선진국들이라고 개인.집단이기주의가 없을리 없다.문제는 그같은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데 있고 적어도 사회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맞부닥칠때 사회의 이익이 우선한다는 원칙이 스스럼없이 경험의 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가는」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엿볼수 있는 개인.집단이기주의 극복의 노하우는 제도나 행정의 운용을 통해 아예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만들지 않는데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어느 기관을 취재하든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듯공통적으로 정책의 입안에서 시행하기까지는 평균 18개월~2년의기간이 필수적이라는 답변을 들었다.싱가포르 建屋發展局 키 에이쳉 수석부동산담당관(여)은『계획 수립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여론수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문제점은 다 걸러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日本공무원의 인식은 더 적극적이다.
東京都 中央구청 다카마사 오노 도시정비부장은『(주민들의)집단시위를 유발했다면 그 계획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못박았다.中央區의 경우 지난 6년사이에 5건의 크고 작은 재개발을 시행해왔지만 단 한건의 시위나 반발이 없었으며 東京 都 전체로도사회적 물의을 일으킨 사업은『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한다.
東京 외곽에 건설된 3천만평방m규모의 다마新도시는 다마市를 중심으로 이나기市.하치오지市.마치다市 등 4개시 지역이 엇물린곳으로 하수처리장.쓰레기 소각로.화장장등 이른바 혐오시설을 건설하면서 구역별로 입지를 균등히 배분하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어민원발생을 막고 있다.또 도시계획 당시부터 이미 도로부지로 잡아놓은 50m너비의 신도시 남쪽15㎞의 오네 간선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지만 인근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지적하자반지하식 도로로 설계 변경하는 융통 성을 발휘,민원발생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原電 및 핵폐기물 처리시설과 관련,『한점의 의혹도 감추지 않겠다』는 취지의「트랑스파랑스」(Transparence)공개정책을 세워 原電에 관한 모든 사항을 데이타베이스인 미니텔에 입력시켜 국민들이 어느때든 자료를 검 색해 볼수 있도록 하고있다.
집단이기주의 극복 노하우의 또 다른 특징은 공권력의 행사를「최후의 최후수단」으로,그것도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 아니면 행사를 억제한다는 점이다.
日本건설성의 무라카미 토지이용조사관은『무리를 안하는 것이 공권력 운용의 대전제』라고 밝히고 있다.
도심재개발의 전형적인 모델로 꼽히고 있는 東京 아크힐스街의 개발을 담당한 東京都와 모리부동산은 78년 주민들의 개발 찬반투표에서 78%의 찬성률로 강제집행의 법적요건인 3분의 2를 넘어섰지만 6년간에 걸쳐 반대주민들을 꾸준히 설득 ,83년에 1백%의 전원합의를 끌어내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公權力은 최후수단 이같은 설득에도 끝까지 반대하는 경우는 그대로 남겨둔채 계획을 시행한다.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행정부처간에 있을 수 있는 부처이기주의도 이를 막을 제도화가잘 구비돼 있다.싱가포르의 마스터플랜위원회는 부처간 각종 이견을 집약,조정하는 곳이다.
각료급이면서도 사실상 국가원로 대우를 받는 이 위원회의 책임자는 서로 엇갈리는 정책.인사등의 현안들은 國益을 잣대로 한 원칙에 의거,최종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일단 결론이 정해지면 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당국이나 다수의 이같은 인내와 조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티는 경우에는 사회적 제재가 주어진다.「사회로부터 매장당할 것」「공동체의식이 용납 안한다」등의 답이 그것이다.
우리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식선의 엄존과 그 위력을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관리들은 질문 자체를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반응이다.「정부와 사회가 합의해 하는 일에 어떻게 자기 이익만 주장할수 있느냐」는 식이다.
제도나 겉모습에서는 우리와 다른 점이 없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사회와 전체의 이익과 조화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공동체 의식,바로 그것이 선진국이 지닌 의식의 인프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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