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중문화 속으로] 싱어송라이터 서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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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내 대중 음악계는 10대들이 잡고 있다. 주소비층이 중.고등학생 위주이고 그러다 보니 공급자인 가수도 10대 때부터 활동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20대 대학생이 가수로 데뷔하는 모습은 그래서 다소 낯설기까지 하다. 대학가요제 등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얼굴을 알리지 않으면 가수로 나서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신인 여가수 서락은 23세의 대학생이다(본명 박서락, 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가요제를 통하거나 유명한 음악관계자의 추천이나 후광을 업지도 못했지만 지난해 8월 첫 앨범 'Looking for a parking spot(주차할 곳을 찾아서)'을 발표했고 음반을 들어본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다른 가수들과 달리 전 제 스스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음반 사진 컨셉트나 홍보책 같은 것도 제 힘으로 이룬 것입니다. 3년이란 세월이 힘들었지만 결국 가수의 꿈을 이룬거죠."

말이 그렇지 그 험하다는 연예계에서 혼자서 모든 걸 꾸려가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매니저가 없으니 음반 홍보활동도 직접 나서야 했다. 음반 가게를 일일이 돌며 CD를 건네며 좋은 자리에 진열해 달라며 부탁하고, 방송국을 찾아가 음악 프로의 프로듀서 책상 위에 음반을 놓고 오곤 했다. "가수가 직접 홍보를 하러 돌아다니니 다들 이상하게 보시더라구요. 방송 출연 약속을 따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죠."

결국 방송을 포기하고 라이브 무대를 선택하기로 했다. 학교 축제건 대형 무대건 가리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서울 국립극장 토요문화광장에서 가수 박학기 콘서트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것은 사뭇 의미가 깊었다. "많이 떨렸지만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순간, '아 나도 가수구나'라는 걸 절감했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죠".

데뷔 앨범에는 발라드와 경쾌한 곡이 많지만 그 중 백미는 열번째 곡 '슬픈 여행'이다. 서락 스스로 셰릴 크로 같은 모던 록 가수를 좋아한다고 밝혔듯, 이 노래에서는 담담하면서도 발랄한 목소리가 제대로 녹아 있다. "양희은 선배님처럼 20여년을 한결같이 무대에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의 다짐이 찬 겨울바람을 뚫고 시원하게 전해졌다.

김범석 중앙일보 대학생 기자 (서강대 영문과 3학년 )

*** 기사 전문은 인터넷 (www.joongang.co.kr)의 '대학생기자 아리아리'코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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