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성/“접대부 취업”/중국행 러시(지구촌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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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번 앉으면 「팁」 10달러 “큰돈”/당국 대대적 단속불구 성행
러시아의 젊은 여인들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구 소련 체제 아래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북경의 비싼 술집에서 러시아 미녀를 만나는 것은 이젠 예사로운 일이 돼버렸다.
중국 호북성 의창현의 한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러시아 여성 사샤 가가리나양(22)은 『22번째 맞는 생일을 이곳 중국 비즈니스맨들에게 술을 따라 주고 그들과 같이 즐기면서 보냈다』고 얼굴에 홍조를 띠면서 말한다.
최근 가가리나양처럼 중국으로 건너와 취직하는 러시아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화폐 위안(원)의 가치가 러시아화폐 루블보다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러시아 여성들이 위안을 벌기 위해 대거 중국으로 몰려온 것이다.
이들 러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인들에게 술시중을 들고 담뱃불도 붙여주며 춤도 추는 술집접대부나 마사지걸로 전락하고 있다. 또 중국손님들이 함부로 다루기 일쑤여서 러시아 여성들은 생김새와 문화가 다른 이들 동양인들로부터 갖은 수모를 겪는다.
가가리나양의 경우 원래는 러시아에서 어엿한 대학생이었다. 그의 꿈은 교사가 되는 것. 그러나 학비마련도 어려운 생활을 버리고 손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중국으로 건너왔건만 그의 생활은 고작 접대부. 대학생 신분에서 일약 접대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가가리나양이 일하는 술집의 주인은 『손님들이 러시아 접대부를 껴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네 관습이다. 이는 서로의 문화교환을 위한 것이니 러시아 여성들은 이에 따라야 한다』고 정색을 하며 말한다.
중국으로 몰려오는 러시아 여성들은 이용,짭짤한 재미를 보려는 약싹바른 중국인들도 있다. 의창의 한 투자가집단은 지난 4월 레스토랑을 차려 수익을 많이 올리기 위한 묘안을 짜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러시아 살롱」.
음식은 중국식인데 간판과 샹들리에 등 실내장식은 러시아식으로 꾸몄다. 손님을 끌기위해 도어맨도 키 크고 금발의 러시아청년을 고용했다. 러시아 여성 접대부는 모두 4명이나 된다.
중국손님들은 이 술집에서 러시아 접대부를 앉히면 10달러의 팁을 지불한다. 중국사람들에게는 과한 비용이지만 술집은 성행한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이 술집을 찾은 한 젊은 중국사업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묻자 벌컥화를 내며 『어떻게 그것을 돈으로 측정할 수 있느냐. 러시아에 가서 러시아 문화를 알려고 한다면 돈이 더 들지 않겠느냐』고 항변한다.
이곳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라리사 바실리바양(21)은 여기 생활수준이 러시아 보다 낫다고 만족해한다. 그녀는 『민주주의가 러시아에서는 확립됐으나 중국에서는 시작일 뿐』이라며 『그러나 덜 민주화 되는 것이 오히려 살아가기엔 낫다』고 말한다.
북경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은 『여기서 일하고 있는 러시아 여성들은 사실상 창녀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당국도 올봄 외국인 고용을 금지,일대 단속을 벌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전역에 걸쳐 퍼져있는 나이 어리고 예쁜 러시아 접대부들. 이들의 중국진출은 50년대 스탈린이 마오쩌둥(모택동)에게 공산주의혁명 「한수지도」를 위해 고문단을 파견한 이래 수십년동안 계속돼온 양국 협조관계의 이상한 변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마오쩌둥이 러시아를 「큰형님으로 모셨을」 그 당시 중국에 파견된 고문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거만을 떨었을때와 비교하면 처지가 뒤바뀐 역사의 아이러니인 셈이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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