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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삼칼럼>이스라엘.PLO식 발상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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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4일 자정 지구상에선 또 하나의 冷戰잔재가 사라졌다.클린턴美國대통령의 표현대로「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마」한편을 지켜보는 우리들의 가슴은 착잡하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왜 우리는 끝내 冷戰의 박물관으로 남아야 하는가.
유대민족과 팔레스타인간의 대결.반목의 역사는 우리의 그것과는비할 바 없이 길다.두 민족간의 異質性 또한 기껏 體制의 차이뿐인 우리와는 애당초 비교조차 성립하기 어렵다.그러나 그들은 하루아침에 그것을 떨쳐버리고 평화와 共存에 합 의했다.
과연 무엇이 그것을 가능케 했을까.이는 우리들에게 의미깊은 示唆를 던져준다.
이스라엘과 PLO간의 화해는 군사적 대결이 共滅的 소모만을 가져올 뿐 어느 쪽도 영구적인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다같이 인식을 같이한 결과라고들 설명한다.냉전체제의 붕괴로 관련국들이 그것을 용인하게 된 정치적 조건과 대결로 인한 엄청난 군사비 부담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요인도 꼽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완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그런 인식과 조건이라면 南北韓도 마찬가지 아닌가.그런데도 우리는 왜 화해와공존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문제를 푸는 發想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바로 어제까지도 총탄을 교환했던 이스라엘과 PLO가 어느날 아침 상호승인을 하고 평화협상의 조인에 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양쪽의 지도층이 모두 먼저 不信을 씻어야 평 화적 共存이가능하다는 전통적 생각에서 먼저 평화적 공존에 합의하는 것이 不信해소의 길이라는,先後를 뒤바꾼 코페르니쿠스的 發想전환을 한데 있다.적대적인 두 나라 사이의 평화적 공존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것은 가 장 상식적이며 또 논리적이기도 할 것이다.실제로 이스라엘의 야당인 리쿠드黨 외교.국방위원장인 우지 란다우박사는 평화협정 조인 후에도『두 진영간의 진정한 평화는 두 진영간에 신뢰가 싹텄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라빈정부의 결단은『지 극히 순진한 발상』이라며 정면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先평화공존 後신뢰구축의 逆手順은 역사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 반목과 대결을 해온 어느 국가,어느 민족도 先신뢰구축을 통해 평화나 통일을 성취한 예는 찾기 어렵다.그것은거의 하나같이 무력대결의 결과이거나 정치적.경제적 조건의 대변화로 인한 갑작스런 결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는 發想의 전환을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다.그동안의 南北대화에선 北도,南도 다같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先신뢰구축의 논리를 不變의 진리인양 들먹여 왔다.얼핏 가장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런 논리의 포로가 된데서 결과한 것은 分斷의 지루한 固着 뿐이었다.전쟁까지 치렀던 양쪽이라 어느정도의조정기와 냉각기는 필요하겠지만 40년이면 충분하고도 남는 것 아닌가.물론 신뢰구축없이 악수부터 할 경우 그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앞으로 그럴 것처럼 당연히 불안을 안은 평화요 공존이며 교류가 될 것이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불안한 공존과 평화.교류도 그 어떤 대결과 단절보다 경제적으로 값싸고 정치적으로 의미있다는 점이다.그런 점에서 不信 해소가 화해의 결과이지 화해가 不信제 거의 결과는 아니라는 인식아래 우리도 發想을 바꿀 때가 되었다.
北의 核개발 의혹이 南北 화해의 결정적 걸림돌이라는 게 정부의 통일정책 基調다.北의 核문제가 중대문제인건 분명하나 그것이南北관계 진전의 전제적.결정적 걸림돌이라고만 봐야 할까.核을 보유한 이스라엘과 核이 없는 팔레스타인간에도 획 기적인 관계개선이 가능했지 않은가.北韓의 核의혹은 오히려 南北관계 진전의 결과로 해소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듯 우리는 지금 선진국은 따라잡기 힘들고 後發國에는 추월당할 상황에 놓여 있다.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큰 轉機가 필요하고,그것을 마련할 좋은 수단의 하나가 바로 南北관계의 획기적 개선이다.현재대로의 경 제적 부담이큰 대결 구도를 지속하는한 우리는 조만간 세계의 경제지도 위에서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적극적 통일정책 필요 우리의 장래를 반쪽이 아니라 韓半島전체의 단위로 생각하는 거시적 안목에서 적극적인 南北대화 자세를 가져야 한다.적어도 통일정책에 관한한 현 정부의 정책은 前정권보다도 보수화되었다.적극적인 對話나 협상 주장은「감상적」통일론으로 매도 되기까지 한다.이래도 좋은 것인가.이스라엘과 PLO간의 평화협정이 시사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감상적」인 것은「현실적」이요,「현실적」인 것은 「감상적」이란 메시지일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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