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스라엘.PLO 협정조인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전까지만해도 불구대천의 원수로 총부리를 겨누었던 이스라엘과 PLO간의 역사적 화해가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백악관 앞뜰에서 이루어진다.
조인식에는 아라파트 PLO의장,라빈 이스라엘총리, 이번 협상의 중재역인 홀스트 노르웨이 외무장관과 수천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20세기 마지막 최대규모의 「평화축전」을 장식한다.
○…평화협정 조인식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마련된 가로 4.
8m,세로 7.3m의 단상에서 거행된다.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PLO의장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고 이때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외무장관과 마무드 아바스 PLO집행위원이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된다.
이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접견실에서 라빈총리,아라파트의장,페레스 이스라엘외무장관,아바스 PLO집행위원등 4명,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앨 고어 美부통령,그리고 79년 이스라엘-이집트간 평 화협정을 타결시킨 지미 카터 前대통령, 중동평화회의의 산파역 조지 부시 前대통령등과 만나게 된다.
이들이 단상으로 자리를 옮기면 맨 먼저 클린턴 대통령이 연설하고 다음으로 페레스.아바스가 각각 간단한 연설을 마친뒤 서명하고 이어 크리스토퍼, 코지레프,라빈,아라파트가 순서대로 연설을 한뒤 클린턴 대통령이 폐회를 선언하는 것으로 조인식을 모두마치게된다.
그러나 이어 열리는 만찬에는 라빈.페레스가 이스라엘 국회참석을 이유로 불참을 통고하는 바람에 아라파트도 초청되지 않아 카터.부시 前대통령부부만 초대된 약식만찬이 되게 됐다.
백악관측은 이번 평화협정조인식에 약 3천명을 초대했는데 여기에는 베이커등 전직 국무장관들,5백여명의 상하원의원 내외,수십명의 외무장관,워싱턴주재 각국대사,그리고 유대계및 아랍계 미국인 대표등도 포함됐다.
보통 협정 조인식에는 당사국의 국기가 게양되는데 이번의 경우PLO가 국가가 아니며 협정 자체도 자치를 승인하는 것이어서 두 당사자의 국기없이 진행된다.
이번 조인식에 이용되는 호두나무 탁자는 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의 협정 때도 이용한 것으로 1백24년 전 그란트대통령 때 구입한 것.
○…아라파트 PLO의장의 평화협정 참석문제는 마지막 단계까지유동적이었다.
그는 74년 뉴욕의 유엔총회에서 카키색 야전복 차림에 권총을차고 단상에 올라 전세계에 충격을 줬었다.
이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이날 그는 말끔한 유니폼 식의 정장에 그의 상징인 권총도 없이 미국무부 여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만면에 웃음을 띠고 워싱턴 공항 트랩을 내렸다.
무장혁명을 주도하던 인물이 세련된 정치인으로 변모한 것.
바로 어제까지만해도 테러단체로 낙인을 찍어 PLO의 승인은 고사하고 관계자 모두에게 입국비자 발급을 일절 거부했던 미국이이 테러리스트의 首長인 아라파트를 백악관 앞뜰에 초청한 것은 냉전의 종식과 버금갈만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미국은 이번 평화협정이 아라파트와 라빈간에 조인되기를 희망했으나 특히 아라파트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몰라 마지막까지 초청을 망설였다.
무장게릴라로서 東家食西家宿하며 불과 1시간전의 약속도 파기되는 것이 보통인 그를 백악관 행사에 초청한다는 것은 의전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반면 아라파트로서는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PLO보다 더 강경한파벌이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시점이어서 지도층 내부적으로나 팔레스타인 전체에 자신의 위상을 다시 한번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 아라파트는 이번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연설함으로써 양지의 정치인으로 재출발을 선언하는 셈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식장과 참석자의 경호및 안전문제다.
지난 2월 아랍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폭파당했듯 미국내에 아랍 극렬주의자들의 활동이 점차 거세지는 추세여서 더욱 우려하고 있다.
***境內는 美서 경호 백악관 경호실측은 당일 백악관 주변의도로를 일부 통제하고 참석자들의 출구도 각각 분리하여 이용케 할 예정이다.
라빈과 아라파트는 각각 무장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오는데 이들경호원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일단 백악관에 들어오면 신변보호는미국 경호원이 맡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아라파트는 알록달록한 터번과 허리의 권총으로 자신을 상징해 왔는데 이번 조인식에는 권총은 휴대하지 못한다는 미국의 사전 통보가 있었다.
특히 테러 예방을 위해 신문.TV의 카메라맨을 제외하고는 3천명의 참석자 가운데 누구도 카메라를 휴대하지 못하며 비가 올경우에만 우산을 휴대할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文昌克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