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수필 발간 정신과의사 김정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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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정신과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예스맨,예스우먼입니다.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와 노이로제에 시달립니다.』 새길에서 나온『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의 저자 金정일씨(35)는『그래서 나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거절할 줄 아십니까」라고 항상 묻습니다』고 말한다.
필자 金씨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극작가이며 소설가다.
그는 고려대 의과대학을 나와 용인 정신병원 정신과 과장과 서울 시립정신병원 전문의를 지냈고 현재 명륜 신경정신과의원 소속전문의다.
그는 90년 산울림 소극장에서 초연된 희곡『프쉬케,그대의 거울』을 썼고 지난해엔 장편소설『사이코 드라마,영혼의 방』을 범조사에서 펴냈다.
이번에 나온『나는…』는 현대인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겪는 일과사랑,연애와 결혼,성과 섹스 등을 둘러싼 다양한 정신병리 현상을 수필 형식으로 분석해 처방한 책으로 31명의 임상치료 사례가 포함돼 있다.
보통 체격에 부드러운 표정,차분하고 편안한 음성을 지닌 그는『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들이 많아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거절할 줄 모르고 남의 눈치만 살피면서 우유부단하게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막연한 적개심과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막연히 남의 기준에만 맞추려 하면 당장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자신속에 쌓이는 적개심 을 다루기 힘들게 됩니다.』 책 제목이 유달리 긴 것은 특히 이 점을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신과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무엇이냐는 질문에『현재를 소중히 하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어두움에 사로잡히거나 미래의 세속적인 성공에만 집착해 현재를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은 병원에 오든 오지 않든 그 자신 불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각종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그는『상대의 약점을 까발리고 짓밟기보다는 이해하고 감싸주며 문제가 있으면 그가 스스로 해결하거나 도움을 청할 때까지 친구가 되어 기다리는 대화가 정신치료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가장바람직■ 것』이라 고 강조했다.
〈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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