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의 땅 수용 보상 줄다리기(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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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깝지 않은 재산이 어디 있겠습니까.하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인데 국회의원이 앞장서 협조하지 않으면 누가 협조하겠습니까.』
11일 오전 10시30분쯤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뒷산입구.
제 2경인고속도로 제1공구 현장사무소 주변에 모인 주민 대여섯명이 혀를 차고 있었다.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이곳 「신작로」 통과지점에 땅을 가진 이모 의원이 보상비 등 문제로 토지수용을 거부하는 바람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의정 단상에서는 균형있는 지역발전이 어떻고 하면서 앞다퉈 목청을 돋우던 사람들이 막상 자기재산 문제가 걸리니까 우리보다 더 옹졸하게 구는구만.』이 마을에서 몇대째 농사를 지어오다 신작로때문에 논밭을 내주고 팔자에 없는 구멍가게를 꾸리게 됐다는 한 60대주민은 아예 국회의원들을 싸잡아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들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주민은 『이 의원이 우리 마을에 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공무원생활만 했다는 그가 특별한 연고도 없는 이곳에 그 많은 땅을 가진 것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니냐』고 토를 달기도 했다.
이 의원이 여느 시골마을에 불과하던 이곳에 땅을 사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68년 경찰공무원 재직때였다. 10여년에 걸쳐 적게는 몇백평,많게는 몇천평씩 사들인 이 의원의 땅은 어느덧 3만평을 넘어섰다. 그중 뒷산 언저리에 붙은 수용예정지 5천5백여평을 보상비가 적다는 등의 이유로 내주지 않는바람에 공사의 핵심부분인 「쌍동이 터널」의 굴착공사가 미뤄지고 있는 것.
『터널 공사는 양쪽에서 동시에 시작해 중간에서 만나도록 하는게 기본상식이지만 기다리다 못해 최근 반대편만 파고들어오는 「짝배기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제1공구 건설을 맡은 두산건설측 관계자는 2,3공구가 이미 공정률 80∼90%인데 비해 이곳은 「엉뚱한 문제」로 현재 공정이 13%밖에 안됐다며 95년 6월 완공목표는 이미 빗나간 것 같다며 말꼬리를 흐렸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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