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회담 보조 맞춰야/안병준(시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핵사찰 회피땐 관계개선 불가능”/한미 한목소리로 북에 의지 천명을
미­북한회담의 미국대표인 갈루치 차관보가 방한하고 있는때 북한은 스스로 제안했던 남북대화로 또 지연시키고 있다.
차제에 한국은 남북대화를 미­북대화와 효과적으로 연계시켜 북한이 남한과 먼저 관계를 개선하지 않는한 결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없음을 파악할 수 있도록 대미협상을 일관성있게 주도해야 한다.
미­북회담이 그것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대미협의와 공조체제를 긴밀히 해야한다.
북한이 핵문제 논의에 성의를 보이고 남한과 「임의의 급」 특사교환을 제의한 것은 미국과의 3차회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제네바회담에서 북한이 IAEA 및 남한과 실질적 논의를 가져야만 두달안에 3차접촉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남한이 회담형식에 수용했음에도 북한은 팀스피리트와 남북대화를 연계시키고 있다.
이 결과 남북대화의 전망은 불투명하고 특사교환이 성사되어도 북한은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상호사찰을 외면한채 지난 4월의 이른바 「10대 강령」에 근거해 외세의존 탈피와 팀스피리트 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평양에서의 북­IAEA간 회담에서도 의혹의 두 핵폐기시설 사찰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의 감시 및 분석자료에 근거한 IAEA의 요구가 공정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 이 일단 두회담에 응해 실질적 논의만 개시되고 핵처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면 경수로지원과 관계개선을 토의하기 위해 7월19일이후 두달안에 다시 만나기로한 합의에 따라 3차회담 그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한국은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먼저 핵통제 공동위를 열어 상호사찰을 실현하고 기타 공동위도 가동시켜 기본합의서 이행을 촉구해야 한다.
이처럼 일관성있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국특사는 북한의 최고위층과 만나 북한이 남한과 먼저 관계를 개선하지 않는한 미국과 관계개선이 불가능함을 꼭 입증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에 대해 투명한 사찰로 핵무기개발 의사도,능력도 없다고 해온 공식입장을 만천하에 증명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거나 더욱이 경수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음을 북한에 납득시켜야 한다.
북한이 핵시설물과 원자로 연료봉 교체에 대한 외부사찰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어떤 접촉을 갖는다면 그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연시키고 남북대화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대화에서 북한이 언제 상호사찰에 응할 것인지에 대한 확고한 시간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사찰이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외교협력은 제공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북한은 국제고립을 자초하게 되고 나아가 유엔의 제재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전하는 메시지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 점을 미국측 대표인 갈루치차관보는 꼭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가능한한 한국을 제쳐두고 미국과 핵문제와 정치문제를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공공연히 표시하고 있으며 이때문에 한국에 국제공조노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철저한 사전·사후협의를 통해 북한자신이 핵사찰 일정표를 제시하지 않는한 미국이 북한과 무한정으로 회담을 가질 수 없다는데 합의해둘 필요가 있다.<연세대교수·국제정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