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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타깃 오우림감독이 체험한 할리우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홍콩감독 吳宇森(영어명 존 우)이 할리우드에 건너가 만든 『하드 타깃』이 최근 미국에서 개봉돼 호평을 받고 있다.
동양권 감독으로는 처음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영화를만든 오우삼의 신작은 현란한 액션으로 일단 미국에서도 충분히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장 클로드 반담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한 화물선 선원이 인간사냥 주선업자 일당을 단신으로 쳐부순다는 내용으로 오우삼 작품답게 슬로모션.프리즈 프레임(정지동작)이 많이 사용된 「미학적」폭력영화다.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11월께 개 봉될 예정이다. 『영웅본색』『첩혈쌍웅』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오우삼은 자신의「할리우드 체험」에 대해 비평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미리 계획된 일정과 예산을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메이저사다운 철저한 작업방식이 무엇보다 자신에겐 부담이 되었다고 한다.『홍콩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찍을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그는 불 만을 터뜨렸다.이에대해 유니버설사의 제임스 잭스는『어차피 예산은 2천만달러로 정해져 있고 그돈으로「다이 하드」같은 대작을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같다고 말하고 있다.
오우삼은 또 미국 관객들의 관람 태도나 수준도 자신을 적지않게 실망시켰다고 한다.『하드 타깃』의 시사회에 모인 젊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난후 별로 재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심지어일부 사람들은 중간에 일어나 나가버리기까지했다.
그는 미국관객들이 의외로 틀에 박힌 영화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한다.『이를테면 장면 전환때 감정의 고양을나타내기 위해 디졸브를 쓰면 관객들은 그것을 플래시백(과거 회상)으로만 받아 들인다』고 그는 말한다.다시 말 하면 그는 형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미국 관객들은 이것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액션 스타인 장 클로드 반담이라는 것도 그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제작사인 유니버설은 이 영화의 주관객을 처음부터 장 클로드 반담의 팬들로 상정하고 있었다.그래서 시사회에모인 장 클로드 반담의 팬들이 오우삼의 스타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임에 따라 영화는 대폭 재편집되는 수난을 겪어야했다.홍콩시절부터 오우삼영화의 제작을 맡았던 張家振도 『그의 오리지널 편집판이 극장 개봉판보다 훨씬 뛰어난데 빛을 보지못해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게다가 지나치게 폭력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미국영화협회로부터 여섯번이나 NC-17등급(17세 미만 관람 불가)을 받고 일곱번째서야 겨우 R등급(17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때 관람가)을 받아낸 것도 그를 지치게 했다.당분간 미국에서 활동할 계 획을 가지고있는 그는 다음 작품은 가능하면뉴욕에서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그의 다음 작품은 지난해 『저수지의 개들』이란 영화로 선풍을 일으킨 신인감독 틴 타란티노가 대본을 쓰고 주윤발이 홍콩에서 날아와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87년 『영웅본색』으로 이른바 홍콩 누아르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오우삼은 현란한 스타일의 액션 연출과 세기말적인 허무감으로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 영화계는 많은 영화인들이 해외 이주를 고려하고 있고 캐나다 등지로 이미 이주한 영화인들도 상당수에 이른다.미국에서의 오우삼의 활동은 그런 의미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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