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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화>스페인 남미 문화외교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1768년 스페인의 국왕 카를로스3세는 식민지인 라틴아메리카곳곳에서 활동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에게 철수하라는 포고령을 내렸다.이후 스페인제국은 찬란한 영광을 뒤로한채 남미대륙으로부터 멀어져갔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오늘날 스페인은 다시 남미를 공략하기시작했다.그러나 이번엔 과거처럼 군대를 앞세운 무력행사가 아닌자국 문화부활및 확산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스페인이 새삼스레 남미에서 자국 문화복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유는 바로 제국시절의 화려했던 향수 때문이다.프랑코총통의30년독재아래 신음하던 스페인은 82년 월드컵,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으며 최근 활기띠기 시작한 경제와 더불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초창기 소외됐던 유럽공동체(EC)에도 정식회원으로 가입했고 이 기구의 해외원조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제 한때나마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은「에스파니아」는 또다시 선조들처럼 밖으로 눈을 돌리기에 이른 것이다.마드리드의 남미지역 국제협력담당장관인 이노센시오 아리아스씨는 해외문화재건에적극성을 보이게된 동기를『문화적 동질성확인과 잃 어버렸던 과거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84년 미미한 규모의 지원으로 출발한 스페인의「문화외교」는 올 예산이 1천2백만달러(약1백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급증했다.여기에 힘입어 17개 남미국가에서 60여개의 성채.극장.성당이 복원됐다.또 이들 나라마다 식민지시대의 건물들을 보존하는데 필요한 전문요원들을 양성키 위한 학교도 설립했다.다만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은 형식적으로 약간의 지원금만 받고있을뿐이다. 중세 화려했던 식민지시절의 추억을 일깨우는 사업으로는무엇보다 16세기 영국의 北美신대륙정착에 10년앞서 건립된 성당복원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대부분의 예산이 대성당.교회.수도원.수녀원등 로마 가톨릭건물을 복원하는데 쓰여진다 .아리아스장관은『美國과는 달리 우린 종교적 건물이나 기념물을 복구하는데 필요한 국가예산에 제한이 없다』고 자랑한다.파라과이 헤수스시의 문화재담당자는『스페인정부가 48만달러의 예산을 제공,2세기동안 방치돼있던 고대시대의 유물을 재정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스페인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83년 지진으로 피해를 본 콜롬비아 포파얀의 16세기 프란시스코교회,쿠바카스트로의 공산정권에 의해 수난받은 아바나의 18세기 교회복원등 부지기수다.당사국들은 물론 이러한 문화재를 살리는 것이 지역개발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고 있다.스페인당국은 모든 복구대상국에 필요예산의 40%를 분담토록 요청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폭포로 가는 관문인유서깊은 도시 볼리바르의 공원과 다수의 발코니型 건물 재건 프로그램을 세웠다.역시 관광도시인 에콰도르 키토의 다운타운,1604년 세워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의 해양박물관, 페루의 수도 리마의 18세기 로코코式 대저택개발도「페세타」(스페인의 화폐단위)의 힘으로 이뤄진다.
17개국에서 벌이는 이러한 프로젝트로 95년까지 대장장.,목수.석공등 1천2백명이상의 기능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를로스3세가 예수회선교사들을 물러나게한지 2백년이 지난90년10월 후손인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국왕은 소피아왕비와 함께 폐허가 된 남미 유적지를 돌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이 자리에서 카를로스왕은『스페인의 문화확산 르네상스는 지 나간 날들의「추억」일뿐 더이상 식민지시절의「정복」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奉華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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