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팔도체질건강론 창안 서울의대 이명복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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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8가지로 나뉘는 인간의 체질중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알고 이에 맞춰 음식만 가렸어도 건강 장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무 것이나 먹는 바람에 병들고,많지도 않은 나이에 죽어가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가려 먹고 반지도 체질에 맞게 골라 끼며 옷색깔까지도 체질에 맞춰 입으면 건강과 장수가 보장된다는「八象체질 건강론」으로 최근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前서울大의대 해부학교수 李明馥박사(80).최근 그의 이론을 엮어 펴낸 건강서적『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가 서점마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병,특히 병원을 다녀도 차도가 없는 난치병은 체질에 따라 가릴 음식을 피하고 도움을 주는 음식을 골라 먹으면 낫는다는게 그의 주장의 요체다.그는 찾아오는 환자에게 주사도 약도 주지 않고 청진기를 대지도 않는다.다만 진료실에 준비해 둔 감자.당근등을 이용해 체질을 판별하고 피할 음식과 즐길 음식을 일러주며 필요하면 체질에 맞춰 전자침을 놓기만 한다.
李박사는 인간의 체질을 太陽.太陰.小陽.小陰등 4가지 체질로나눠 이에 맞춰 각기 다른 약을 쓰고 침을 놓아야 한다는 조선말기 李濟馬선생의 四象의학을 바탕으로 체질을 다시 8가지로 나눠 주의사항을 일러준다.
예로 소음1형으로 분류된 사람은 현미.감자.흰콩.딸기.녹차.
생선이 몸에 이로우므로 자주 먹고 팥.밀가루.검은콩.수박.결명자차.돼지고기등은 몸에 해로우므로 피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해가 되는 음식을 피하면 병이 낫지만 다시 먹으면 재발되기 때문에 평생 음식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는『팔상체질론은 병의 치료법을 넘어 건강장수의 王道』라고 역설한다.
그의 체질감별법도 독특하다.환자의 한손에 특정식품을 올려놓은후 다른쪽 손의 엄지와 검지를 링모양으로 둥글게 붙인 다음 다른 사람이 링을 당겨본다.쉽게 당겨지면 그 식품이 몸에 맞지 않는 것이고 잘 당겨지지 않으면 체질에 맞는 것인 데 음식과 체질의 상관관계를 따져 체질을 판별한다.이를 O링법이라고 부르는데 그는『1백% 정확한 판별법』이라고 자신했다.손에 특정 음식을 올려놓았을때 그것이 체질에 맞으면 몸에 힘이 생기고 심지어 손을 맞잡은 다른 사람에게도 힘이 생기게 한다는 것이 기본이론이라고 한다.
아파서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에게는 완력법을 쓴다.환자의 한손에는 체질진단용 음식을 올려놓고 다른 손을 자신이 잡고 아령이나 역기등을 들어본다.힘이 부치면 그 음식은 환자의 체질에 맞지 않고 같은 무게인데도 쉽게 들리면 체질에 맞다 고 보고 체질을 감별한다.
그는 39년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의사다.그해부터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강사를 시작으로 55년 서울大의대로 옮겨 79년정년퇴직때까지 해부학을 가르치고 연구했던 의학교수였다.의사로서,더구나 의과대학 교수까지 했던 사람이 한의학을 바탕으로 한「팔상체질 건강론」이라는 이론을 제창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 팔상체질 건강법 연구에 몰두하게 된 시기는 교수 봉직 30년이 넘었던 70년대초부터다.17~18세때부터 그를 괴롭히던 위장병이 한의사의 침으로 나으면서부터다.그때 그를 치료한 한의사 權度琓박사(72세.현재 서울신당동에서 개업 중)는 李濟馬의 사상의학을 연구,팔상의학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신비한 침술의 효능에 반한 李박사는 權박사에게서 팔상의학 맥진법과 침술을 배우는 한편 여러 책을 구해 밤을 새워 독파했다.수십년을 바쳐온 해부학을 제치고 팔상의학에 더욱 매료됐고,이후 23년간의 연구끝에 자신만의 독특한 팔상체질 건강법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건강법을 두고『황당하다』『비과학적이다』『혼자 생각이다』등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의사.한의사들도 적지 않다.의과대학 재직시에도 찾아오는 사람들의 맥도 짚고 침도 놓곤 했는데그를 보는 학교측의 시선은 곱지 않았던 모양.재 직시 대부분의교수들이 그를 이단시하고 심지어 학장이「한방진찰과 치료행위를 즉시 중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이러한 의학계의 시각은 그가 79년 정년퇴직할 때까지는 물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李박사는『나 자신이 팔상의학에 의해 수십년 지병이 나았고 새로 만든 이론들은 환자들에게 효과를 확인한 것』이라고 강변한다.오히려『이제부터는 의료인들에게 팔상체질 건강론을본격적으로 보급하고 싶다』고 밝혔다.지금은 너무 바빠 내년초쯤의사.한의사 10~20명정도로 연구회를 만들어 가르쳐 보겠다는것이다. 80세라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이는데『체질식과함께 아침.저녁으로 기구를 이용,30분정도 가벼운 운동을 하는것』을 비결로 꼽았다.
팔상체질 건강법에 맞춰 살고 있으므로 1백세 장수는 거뜬할 것이라고.
부인 李天鏞씨(73)와 3남1녀를 두고 있는데 첫째 아들이 성형외과 의사고 사위는 정신과 의사며,딸은 임상심리학 박사다.
둘째 아들은 최근 美國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의과대학을 다니고 있고 부친이 연구한 팔상의학의 대를 이을 예정이다.
건축사로 일하는 셋째 아들외에는 모두 의업을 잇고 있는 셈이다.가족끼리도 체질이 달라 집안에서는 여러 반찬을 해두고 각기자기 체질에 맞는 것을 골라 먹는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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