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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개인수표제>下.성공요인-은행선 신용조사 거쳐 지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개인 수표나 크레디트카드의 편리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잘발달된 우편제도 덕분이다.
미국의 개인수표제도란 우편제도를 前提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없는 것이다.돈을 청구하고 받는 과정이 모름지기 우편으로 성립되기 때문이다.
식품점에서는 수표 쓰기가 까다로울지라도 우편으로 오는 각종 청구서는 모두 수표로 「우편송금」하는 것으로 해결된다.세금이나텔리비전 시청료는 물론이고 은행이자.각종 월부금.전기수도요금.
학교공납금.신문요금.병원비.보험료납부등에 이르기 까지 모두 그렇다. 우편물이 걸핏하면 도중에 분실되거나 늦게 배달되는 여건이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결국 우편제도는 개인수표제도 도입에필수적으로 요구되는「사회간접자본」인 셈이다.
은행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미국은행은 우선 상상도 못할 정도의 철저한 신용조사를 거친다.은행이 지급보증한 수표는 수표가 아니라 현금이라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다.
한편 교환되는 수표에 대해서는 지급대상자의 신분을 확인한 다음에야 돈을 내 준다.설령 우편송금 과정에서 분실된 수표를 누가 들고 왔다해도 이 과정에서 걸러지도록 돼있다.다시말해「정당한 수취인」만이 돈을 찾을 수 있도록 겹겹이 안전 장치를 해 놓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은행들로서는 고객들이 사용한 수표를 개인별로 모아 매월종합명세서와 함께 고객들에게 보내주는 것이 중요한 업무중 하나다.되돌아 온 수표들은 바로「영수증」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예시한 것만으로도 미국의 개인수표제도가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개인수표제도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제와 세밀한 조율,그리고 철저한 신용 조사체제 속에서 발전해 온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같은 전제조건들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거리다.그러나 정부당국의 기본의식부터 의문이다.가계수표의 장당 금액한도를 두배로 늘리고 은행의 지급보증을 강화하는 식의접근으로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마치 공장을 짓는데 필수적인 공업용수나 전기공급 확보는 생각지 않고 값 비싼 기계만 들여다 놓으면 다되는 줄 아는 식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아무튼 가계수표를 확대시키려면 그걸 쓸수록 편리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우편제도를 확충해야 하고▲정부부터 가계수표 결제제도를 도입해야 하며▲은행의 업무자체가 신용조사중심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뉴욕=李 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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