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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물가와 발표지수 “거리”/8월 물가동향 분석·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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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요생필품·개인서비스료 꾸준히 상승/실명제 시행후 통화 마구 풀려 불안 잠복
8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억제목표선(5%내)에 바짝 다가섰는데도 물가당국의 분위기는 그렇게 긴박하지 않다.
앞으로 4개월간 물가를 크게 위협할 요인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생각인듯 하다.
올해 물가를 잘하면 억제목표선 5%내에서 잡을 수 있고,날씨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농산물값이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5%선을 다소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가당국의 이같은 낙관은 올들어 8월까지의 지수물가 상승률이 최근 5년동안 가장 낮다는 점에 어느정도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물가가 5%선에서 잡힌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추세가 내년이후까지 이어지리라는 기대는 역시 하기 어렵다.
올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공산품값 안성세가 한시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기업들이 선언한 자사제품 가격동결이 올해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명제 이후 고삐가 풀리는 듯한 통화정책이 물가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높다. 특히 체감물가를 눈여겨 보면 물가당국의 자신감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원시 연무동에 사는 주부 김순덕씨(35·여)는 정부가 조사한 8월중 주요생필품 가격을 보고는 역시 『시장가격과 거리가 있는 품목이 여럿 눈에 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저축추진 중앙위원회가 가계부를 꼼꼼히 적고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주부들에게 주는 상을 탄 경험도 있어 그녀의 가계생활비가 한국평균을 넘지 않는 것으로 「공인」 받았다고 봐도 괜찮은 「보통여자」다.
5㎏짜리 수박 한통이 통계청 조사로는 4천5백원선인데 수원역 앞 제법 큰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그녀로서는 도저히 그 값에 사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수박이 이젠 끝물이어서 그 정도 크기면 최소한 6천원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고기 한근도 정부조사로는 2천6백원선인데 실제 구입가격은 3천원이라는 것이다.
달걀도 정부조사가격 6백88원(10개 짜리)으로는 메추리알 크기는 살수 있을진 몰라도 보통 크기의 계란이 8백원은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장증언」은 서울주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목동의 최은희씨(33·여)도 『돼지고기값은 3천원,계란값은 1천원 내외』라고 말한다.
주부들의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식료품중에는 최근들어 파·양파·고등어·물오징어 등의 값이 상당히 올랐다.
과일값은 복숭아·사과·포도를 중심으로 조금 내리긴 내렸다. 그러나 일부 품목의 안정세도 추석을 앞두고 들먹거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상인들은 보고있다.
개인서비스요금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구두굽을 새로 가는데 종전 5천원하던 것이 요즘은 6천원으로 올랐다.
수원 복문 로터리근처의 구두닦는 요금은 1천원에서 1천5백원으로 최근에 뛰었다. 대도시 경양식집에서의 커피값을 보면 1천5백원하던 집은 2천원으로,2천원 하던 곳은 2천5백원으로 적잖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도시 이발요금도 어른의 경우 5천원에서 6천원으로,아이들은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이미 오른 곳이 많다.
실제 피부물가 동향이 이런데도 정부관계자는 『개인서비스 요금은 관련협회를 통한 행정지도를 착실히 함으로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집계하는 물가와 체감물가간에 괴리가 생기는 접점이 바로 여기인 셈이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한 주부도 『8월까지 소비자 물가가 4.4% 올랐다는 통계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불고기나 공산품의 경우 값은 그대로이나 양이 줄어 실제로 가격이 올라간 것도 적잖다』고 말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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