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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지지부진한 EC증시 통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마스트리히트 조약이후 환율체제 붕괴위기등의 진통을 겪으면서도「하나의 유럽」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가는 EC의 12개 회원국들에는 32개의 주식시장과 23개의 선물및 옵션거래 시장이존재하고 있다.
이들중 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암스텔담.밀라노의 증시들만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이들 증시의 수는 미국의 8개 주식시장과 7개 선물및 옵션시장에 비해 상당히 많은 숫자이며,또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지난 45년 소련군에 의해 폐쇄된 구동독의 라이프치히 증시가 현재 재개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EC통합에 맞추어서 이들 증시의 통합도 큰 관건이 되어가고 있다.물론 유럽증시의 통합은 여러 증시를 하나의 지역으로 몰아 한 증시를 세우는 물리적 통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예를 들자면 프랑스에 사는 투자자가 영국에 본부를 둔 증권사의 프랑스지점에서 독일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을 살 수 있고,그 결제는 전 유럽증시공통의 청산시스팀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증시의 통합이 이루어지면 증권거래의 유동성이 제고되어유럽밖의 투자자들을 유인시키는 효과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코스트가낮아져서,이는 결국 통합유럽의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이점을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럽증시의 통합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
그 이유는 주로 이들 증시 또는 소속 국가들의 이기주의에 기인한다 하겠다.
즉 런던증시처럼 타 유럽국가 기업들의 증권거래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증시들은 EC통합후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밀라노처럼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증시들은 자국내의 거래 물량을 더이상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하나의 유럽증 시」라는 아이디어에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나 각론에서는 사실상 어떤 현실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증시가 단일 규제.감독기관.거래시스팀을 공유하는통합증시를 탄생시키지 못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다른 경쟁자가 이들 증시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장외거래 시스팀인 나스닥(NASDAQ)이나 이미 유럽에서 성업중인 로이터의 인스티넷(INSTINET)처럼 물리적 시장이 존재할 필요없이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해 증권의 매도.매수자가 연결되는 시스팀이 발전하여 사실상 통합 유 럽증시의 역할을 떠맡을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이들 증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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