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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 위험수당 달라”/업자들/실명제후 「추적」 이유 고리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금리 평소 2배이상 올라/돈급한 영세업자 “울며 겨자먹기”
최근 사채업자들이 「위험 수당」을 명목으로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는 사례가 잦아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영세 기업이나 중소 상인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금융 실명제 실시의 충격이 어느정도 가시면서 서울 명동·강남 등의 사채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채업자들이 자금 추적의 위험성을 내세워 금융 실명제 실시이전 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따라 월말과 다음달 추석 대목을 앞두고 급전이 필요하지만 은행문이 좁을 수밖에 없는 영세 기업체·상인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평소보다 2배이상의 고리를 물어가며 대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명제 실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명동 일대 어음 할인 시장에서는 결제기한 3개월이내에 발행처의 신용도가 높은 A급 어음을 기주으로 1.2% 수준이던 월 사채 금리가 최근 1.5∼3%로 거래되고 있다.
D중개업소의 경우 찾아온 고객들에게 『공식 금리는 1.7%지만 위험부담때문에 0.5%를 추가로 받는다』고 공공연히 소개하고 있었다.
T제약회사 한 간부는 『3천만원짜리 A급어음을 할인받기 위해 명동 사채시장을 돌아다녀보니 일부 업소들이 「언제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지 몰라 금리가 올랐다」며 최고 3%까지 요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채업자 이모씨(57)는 『올들어 1.2∼1.3%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어음 할인 금리가 금융실명제 이후 들쭉날쭉하고 있다』며 『자금난을 고려할때 1.5∼1.7%가 적정수준이지만 상당수 업자들이 언제 정부당국의 철퇴를 맞을 지 모른다는 불안때문에 2%이상의 고리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은 어음 할인 시장뿐만 아니라 카드 신용 대출이나 부동산 담보 사채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하는 서울 강남 K업체의 경우 금융실명제 실시직전 월 이자율 2∼2.5%보다 훨씬 높은 3∼3.5%에 대출해주고 있다.
카드 대출업체인 명동 W상사도 카드 종류에 따라 연 이자 14∼18%인 공식 수수료외에 위험 수당으로 2∼3%의 이자를 더 요구했다.
직원 10여명을 두고 비닐류 제조업을 하는 임모씨(60·서울 신당동)는 『월급날을 맞아 사채시장에서 돈을 구하려다 이자가 너무 비싸 포기했다』며 『담보를 제시할 수 없는 영세기업에 집중적으로 은행문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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