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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이 갈고 코 골고 … 몸에서 나는 소리의 건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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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드르렁, 빠드득, 꼬르륵, 딸꾹, 끄억…. 우리 몸에서 나는 의성어들이다. 이런 신체 의성어만으로도 자신의 대략적인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 몸의 소리가 일시적이거나 스트레스·피곤이 심할 때 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통증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하거나 지속적이고, 심하다면 심각한 질병의 신호탄이거나 그 자체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빠드득=잘 때 이 가는 소리다. 지속적으로 이를 갈면 치아가 닳아 앞니나 어금니 모양이 변형된다. 심하면 치아에 금이 간다(균열치 증후군). 잇몸 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갈 때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음식 씹을 때의 두 배 이상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은 턱관절 장애. 음식을 씹거나 입을 벌릴 때 ‘딱딱’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오면 위험신호다.

 원인은 구강 내 질환·부정교합·턱관절 장애·유전적 요인·스트레스·코골이·비염 등 다양하다. 이롬치과 안홍헌 원장은 “이 갈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며 “치아 교합을 맞춰주거나 스플린트 등 교합안전장치를 이용하면 치아·턱관절 손상을 얼마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드르렁=코 고는 소리다. 얼핏 ‘참 깊게 잠들었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잠이다. 코 고는 소리는 입천장의 딱딱한 곳이 끝나는 연구개에서 발생한다. 소리는 수면 도중 약간 막혀있거나 좁아진 기도 사이로 공기가 통과할 때 점막이 떨리면서 난다. 소리의 크기는 심한 경우 85㏈로, 자동차 경적 소리, 비행장 소음(90㏈) 수준이다. 코골이 남성의 부인에게 노후에 청각장애가 오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더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코 고는 본인이다. 수면 무호흡증은 생명까지 위협한다. 보통 1시간에 5번 이상, 1번에 10초 이상 호흡이 정지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코골이를 괴로운 소음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며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코골이의 원인과 숨은 질환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딸꾹=중요하고 점잖은 자리에서 이런 소리가 나면 난감하다. 지나친 긴장·과식·추위·급한 식사·음주·매운 음식·찬 음식 등 원인은 족히 100가지가 넘는다.

 딸꾹질은 횡경막이 갑자기 수축, 성대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단되면서 발생한다. 횡경막이 미성숙한 아기는 성인보다 딸꾹질이 잦다. 대개 엄마 젖을 먹은 뒤 딸꾹질을 한다. 이때 물을 마시게 하거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다.

 성인의 경우 ▶물이나 설탕물을 마시거나▶숨을 참거나▶눈 위를 누르거나▶경동맥을 마사지하거나▶귀 속에 손가락을 집어 넣어 자극하거나▶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위장을 압박하는 민간요법을 이용한다.

 그럼에도 심해진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정제·위장운동을 돕는 약 등을 처방받는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딸꾹질을 너무 오래 하면 탈진해 체중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심하면 폐렴·호흡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된다”고 경고했다.

 ◆끄억과 꼬르륵=끄억은 음식을 먹거나 마실 때 같이 삼킨 공기가 위로 빠져나가는 트림 소리. 꼬르륵은 반대로 위나 장 안에 있는 공기·음식물이 밑으로 빠져 나갈 때 난다. 그래서 끄억은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로, 꼬르륵은 ‘소화가 잘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음식을 먹은 뒤의 트림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속쓰림 증상이 동반되면 위식도 역류일 가능성이 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윤병철 교수는 “식사한 지 한참 지났을 때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은 위나 장에 남은 음식 찌꺼기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므로 자연스런 생리 현상”이나 “꼬르륵 소리와 함께 배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거나 복통이 있으면 장염·장폐색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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