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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타이틀서 기업 영상 홍보물까지…|컴퓨터 그래픽 기술 각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현실 세계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을 독특한 영상미로 구성,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TV 광고는 물론 각 방송국의 타이틀, 기업의 홍보용 입체 영상 제작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개장된 대전 엑스포에서는 대부분의 전시관들이 앞다퉈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3차원 영상을 선보여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 일반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지난 90년 전자업체들의 TV 광고.
인간과 호흡하는 기술을 내세운 삼성 전자의 「휴먼테크」광고와 금성사의 「테크노피아」, 현대전자의 「거북선」등 전자 업체들이 첨단 산업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 기법으로 광고를 제작했던 것.
이 당시의 컴퓨터 그래픽 광고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 화려한 화면을 구성한 「대작」들이라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제작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광고는 물론 방송국의 타이틀과 업체의 홍보용 영화 제작을 위해 컴퓨터그래픽 기법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에서 컴퓨터 그래픽 영상을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온몸에 광채를 띤 호랑이를·따라 관람객들은 철·크리스틀·유리·고분자 화합물의 분자세계를 마치 유영하듯 여행한다. 이어 각각의 분자로 만들어진 빌딩·다리·피아노 등 현대문명의 이기들이 현란한 화면구성으로 나타난다.
관람객들에게 분자의 세계를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상은 대전 엑스포에서 포철의 소재관이 상영하는 「환상적인 소재의 세계」다. 다른 전시관들의 영상에 비해 화면구성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국내에서 대부분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컴퓨터 그래픽 TV광고의 50%정도를 제작하고 있는 ㈜비손텍은 14분 짜리 「환상적인 소재의 세계」를 제작하기 위해 1년8개월이라는 제작 기간과 3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야 했다.
이 회사의 황선주상무(미술 총감독)에 따르면 컴퓨터 그래픽 영상의 제작 과정은 이렇다.
일단 광고나 홍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내용(스토리)을 구성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다음으로 스토리에 관련된 화면 구성을 고려해 인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상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다.
이 때 각 사물은 정면도·측면도·평면도와 명암·색상 등을 모두 입력시킨 뒤 최종적으로 합성해 입체 영상으로 만들며, 애니메이션 기능을 이용해 각 부위의 움직임을 부여한다.
컴퓨터 그래픽은 크게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 구현하는 순수 컴퓨터 그래픽과 실제로 찍은 화면을 30분의 1초씩 나눠 컴퓨터로 특수 합성·편집하는 「해리」화면이 있다.
TV에서 보여주는 화면 중 인물만이 해리 화면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이다. 심지어 제품 사진까지 실물 사진으로는 정밀하게 표현할 수 없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시청자들을 속인다.
특히 출렁이는 황금빛 액체가 글자나 제품으로 변하는가 하면 TV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기타에서 번쩍이는 번개불이 나오고 어린이의 장난감 칼이 전자봉으로 변신하는 신기한 장면들은 실제 장면과 컴퓨터 그래픽을 혼용하거나 실제 장면끼리 편집하는 해리 기법을 이용한다.
컴퓨터그래픽 영상은 일반적으로 30초짜리를 제작하기 위해 30여명의 제작진들이 참여,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 힘든 작업이라고 말하는 황 상무는 『그러나 시청자나 관객들은 실제 장면들보다 오히려 쉽게 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씨는 『국내 컴퓨터 그래픽 업체들의 경우 기술과 인적 자원이 문제가 아니라 창의적인 스토리 구성에서 선진국들에 뒤져 있다』며 이 분야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 엑스포=이원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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