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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궁금증 풀어봅시다>노인성 치매|유전성향 강해…일에 몰두하면 예방|도움말 조맹제 교수(서울대 의대 정신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문>75세 된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최근 들어 시어머니께서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다니던 길을 잃어버리고 집안에서도 안절부절 못 하며 가만히 못 있는 경우가 잦다. 특히 식사를 금방 하고도 밥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해 난처할 때가 많다. 연세가 많아 생기는 노망으로 생각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답>흔히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판단이나 계산력 등 지능저하가 일어나는 것을 당연시하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선 이러한 지능저하가 일어나지 않는다.
80세 이상 된 석학 중엔 지금도 저술이나 예술활동에 열심인 사람이 많으며 단순히 나이가 많기 때문에 머리 쓰는 일을 할 수 없다 는 생각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노망은 단순한 노화과정이 아니라 실제로 대뇌에서 현미경적 병변이 발견되는 엄연한 질병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증상들을 처음으로 기술한 독일의사의 이름을 따 알츠하이머병으로 알려진 노인성치매는 노망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노인인구가 많은 선진국에선 이미 큰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노인성치매의 가장 특징적 증상은 금방 듣고도 잊어버린다거나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기억력 감퇴이며 심하면 사람을 못 알아보기도 한다. 잘하던 빨래나 밥도 못해 안절부절 못 하기도 하며 어린애같이 행동하는 심리 적 퇴행을 보이기도 한다. 평소 잔소리가 심하던 사람은 잔소리가 더 심해지고 의심이 많은 사람은 더욱 의심이 심해져 가족관계가 힘들어진다.
이 질환은 유전적 성향이 강하며 한번 발병하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하는 특징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일찍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병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므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하겠다.
노인들에게도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머리를 쓰거나 창조적 활동을 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이 들 질병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가족들 역시 이들 노인이 나타내는 평소와는 다른 괴팍한 성격이나 행동이 결코 고의에서가 아니 라는 점을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또 신체적 질환과 정서적 충격, 가족구성원과의 인간적 고립은 이들에게 치명타라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정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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