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한국 방문의 해」홍보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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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대전 엑스포 현장에서 일본 아사히신문 과학부 기자 이시카와 가주히코씨를 만난 적이 있다. 취재를 마치고 짐을 꾸리던 그는『성공적인 개막을 축하한다』면서도 실망의 눈초리를 애써 감추지 않았다. 『촌로가 횔체어를 탄 노모를 모시고 입장했다가 줄 이 길어지자 관람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광경을 보았다』는 그는『하루 10여만명씩 몰리는 박람회에서는 전시장 사전 예약제가 필요하고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뒤따라야 한다』면서 좀더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현대자기부상열차 등 전시물도 최근 세계추세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준을 전시하고 있고 상당수 전시관들이 일본 등 외국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나 아이맥스·입체영화 등에만 의존하는 점도 기억나는 사항』이라고 했다.
짧은 시일에 넓은 부지와 3∼4차선의 고속도로를 확보한 것은 땅값이 비싼 일본입장에서 보면 획기적인 일이라면서도 택시와 버스운 행이 난폭하고 외국어 안내물이 부족한 것도 개최국 답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94년이 서울정도 6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이 고 한국방문의 해라면서 국가 홍보와 안내자료 등이 지나치게 부족한 것은 의외라고 했다 .
얼굴이 화끈거리는 내용들이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문제도 손쉽게 해결하고 홍보효과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줄을 서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었고 비만 쏟아져도 당혹해한다는 지적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홍보효 과를 누릴 수가 있었고 누구나 기분 좋게 참여하고 미래와 첨단교육의 장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른 나라다. 대외적으로는 내년을「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 전세계에서 누구나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21세기는 첨단과학시대가 열리고 국제교류가 국가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근래에 보기 드문 미래형 축제 대전엑스포를 맞아 미국·일본·중국 등 전세계 1백8개국 50만명의 외래관광객과 1천만명이 넘어설 국내관광객들에게 좀더 교육적이고 효과적인 홍보방법은 없었을까. 포괄적인 행사진행 미숙과 잘못을 차곡차곡 정리, 차세대 개발의 디딤돌로 삼고 국민의 미래를 보는 안목도 길러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대전=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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