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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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 학생들도 시험에 얽매여 산다.
인민학교 1학년부터 대학 졸업까지 학기·학년말마다 시험이 있고 담당 선생에 따라 평소에도 시험을 자주 치르기 때문이다.
다만 성적은 석차를 내지 않고 최우등 (5점), 우등 (4점). 보통 (3점), 낙제 (2점 이하)의 4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예전에는 10점 만점이었으나 89년부터 현재 방식대로 바뀌었다.
시험 문제는 객관식은 전혀 없고 모두 주관식이라고 전해진다.
그래도 학생들 사이에 「가닝구」 (커닝)가 번지고 있다.
만년필 뚜껑에 커닝 페이퍼를 말아 넣거나 책상 위·손바닥에 빼곡히 적는 등 고전적 수법은 다 동원된다고 귀순 유학생들은 전한다. 감독 선생한테 들키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심한 경우 그 과목 낙제 점수를 받는다.
현재 고등중학생들이 배우는 과목 수는 김일성 혁명 활동 및 역사, 김정일 혁명 활동 및 역사, 수학, 물리 등 모두 24개.
김정일 관련 과목은 85년부터 추가 됐다.
거의 전과목 시험을 치르지만 사회주의 도덕·음악·미술·제도· 실습 등은 수업 시간의 학업 성취도 및 과제물 제출로 성적을 평가한다.
체육은 실기 시험으로 치른다. 시험은 대개 12월의 학기말, 8월의 학년말 두 차례 있다.
8월이 학년말이 되는 것은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 동유럽권의 교육 제도를 본떴기 때문이다. 시험은 일제히 치르지 않고 해당 수업 시간이 이용된다.
시험 문제는 주관식으로 3개씩 출제되나 커닝을 막기 위해 시험 문제는 적게는 2개안, 많게는 4개안이 마련되어 한반 학생들도 자리에 따라 다른 안의 시험 문제를 풀도록 하고 있다.
시험지는 이름난만 등사돼 있고, 문제는 담당 선생이 칠판에 적어 준다.
시험 기간은 보통 15일 내외.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학생은 평양 시내 고등중학교의 경우 60∼70%정도 되지만 지방에서는 10%를 밑돌고 있다.
대학 진학이 출신 성분에 따라 사실상 결정되는 만큼 미리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고 귀순자들은 말한다.
낙제를 받는 학생은 평양 시내 고등중학교의 경우 평균 2∼3명 정도. 물론 최우등 학생에게는 학년말에 상장이 수여된다.
그러나 체제 속성상 최우등상 보다는 정치 조직 활동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김일성 영예상이나 구역 (중앙) 사노청 표창이 훨씬 높은 사회적 평가를 받는다.
한편 매년 8월 고등중학교 졸업반 학생은 전국적으로 국가 판정 시험을 치르고 있다.
판정 시험 과목은 혁명 역사·수학·물리·화학·국어·외국어 (영어·러시아어 중 택일) 등 모두 6개.
시험은 역시 주관식으로 구역·군별로 지정한 학교 강당 등에서 하루건너 2과목씩 1주일 동안 실시한다. 판정 시험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교별 입학 자격생수를 결정하는 만큼 학교측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다고 귀순자들은 말한다.
대학 입학 자격을 얻는 학생은 평양 연화 고등중학교 등 명문의 경우 대략 50명선.
각 고등중학교에서 추진된 학생들은 성적·적성에 따라 김일성대·김책공대·평양의대 등에 지원, 대학별 본고사를 치러 사각모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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