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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의 김태원-또 2안타에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불운한 김태원.
LG 에이스 김태원이 17일 해태 조계현과의 잠실 대결에서 단 2안타만을 허용하는 역투에도 불구하고 1-0으로 분패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됐다.
김은 지난달 18일에도 조와 맞대결을 펼쳐 이날과 똑같이 2안타를 맞고 역시 1-0으로 패했었다.
김은 이날 5회 초까지 4구 2개만을 내준 채 단 한개의 안타도 허용치 않아 노히트 노런의 꿈을 지피기까지 했다.
이같은 김의 희망은 6회초 첫 투구에서 깨졌다.
해태 8번 정회열이 김태원의 초구를 3루쪽 기습 번트로 굴려 내야 안타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최고의 컨디션인 김은 1백40㎞가 넘는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이순철·이종범 등 해태 1, 2번 타자를 외야플라이로 잡고 간단히 위기를 넘겼다.
기분은 상했으나 『꼭 이기겠다』는 각오가 더 커 기습 번트가 투구 페이스를 흐트러뜨리지는 못했다.
이후 김의 위력적인 투구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8회 초까지 이어졌다.
이에 질세라 상대 투수인 조계현도 비록 4안타를 맞았으나 구중 3개는 모두 2사 이후여서 탈없이 8회 말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김태원에게는 악몽의 9회.
해태 9번 이건열은 또다시 김의 초구를 3루 쪽으로 굴려놓고 있는 힘을 다해 1루로 뛰었다.
마지막회만 막으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으로 깊은 수비를 펼치던 LG 3루수 이종렬은 깜짝 놀라 서둘러 공을 잡아 던졌으나 악송구가 겹치면서 무사 2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 한개의 실책에 크게 마음 상한 김은 1번 이순철에게 번트를 허용하지 않으려다 사구를 허용, 두개의 공을 던지고 강판하고 말았다.
이후 해태가 번트·내야땅볼로 1점을 선취하자 팽팽하던 잠실구장의 긴장감은 일시에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시즌 초반 팔꿈치 부상으로 에이스 역할을 못하다 최근 3연승을 거두며 되살아나던 김태원으로선 아픈 패배였다. 김과 같은 강속구 계열 투수로 자존심 대결을 펼친 조계현으로선 두번째의 행운이었다.
조는 14승을 거두며 다시 다승 부문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은 올 시즌 8번째 만원 사례 (3만1천명)를 이뤘으며 LG는 통산 6백만 관중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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