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성 저축-허위 실명 확인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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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확인 불가능 경우도 다수>
증권저축·근로자 장기저축·세금우대 소액 채권 저축 등 과거 캠페인성 저축 모집 과정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차·도명 계좌의 실명 전환과 관련, 일부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허위로 실명 확인을 해줄 가능성이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 80년대 초에 도입된 증권 저축을 비롯해 세금 우대 소액 채권 저축 (90년5월 도입), 그리고 근로자 장기저축예금 (91년1월 도입) 등 일련의 캠페인성 세금 우대 금융 상품의 경우 도입 당시 각 금융 기관 영업점별로 수탁 약정고 경쟁을 벌이면서 대거 차·도명이 이루어졌다.
이같은 금융 상품은 근로자나 서민층에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 목적에서 도입된 것으로 대부분의 경우 1인 1계좌에다 실명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금융 기관 일선 영업점들은 돈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영업점 직원들이 확보한 다른 사람들의 명의로 저축에 가입시켜 주었고 이같은 행태가 당시에는 거의 용인되는 분위기였다.

<실예금주 명의로 바꿔야>
정부는 이번 금융 실명제 실시 과정에서 이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실명임을 확인토록 하거나, 아니면 차·도명을 실예금주 명의로 바꾸도록 하는 한편 이로 인해 발생하는 1인다 계좌에 대해 세제 혜택만 배제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금융 기관들은 현실적으로 이들 예금에 다한 정부의 계좌 정리 방침에는 엄청난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키로 내부 방침을 정하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는 통장에 나타나 있는 예금주에게는 통보하지 않고 실예금주와 협의, 영업점 차원에서 한꺼번에 실명임을 확인해 버리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D증권의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예금에 가입한 줄도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 이름을 빌려준 많은 사람들의 소재 파악도 어려운데다 당시 이들과 연결된 직원들조차 인사 이동 되거나 심지어 직장을 바꾼 사람들도 많아 실명 확인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사람이 18억원 가입도>
또다른 D증권사의 경우 지난 90년5월 도입된 세금 우대 소액 채권 저축에 한사람이 18억원을 가입한 경우도 있는 등 고액 가입자들이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을 놓고 고민중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소액 채권 저축의 1인당 가입 한도가 8백만원이었기 때문에 18억원을 가입했을 경우 결국 2백25명의 이름을 차·도명한 결과가 되고 여기에는 당연치 영업점 직원들이 개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부분에 대해 실예금주 명의로 계좌를 전환한다면 실예금주의 자금 노출, 세제 혜택 배제 등으로 인해 상당한 부작용이 초래된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보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민병관·홍병기 기자>
(※실명제 관련 기사로 「주가와 경제 환경」 시리즈는 오늘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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