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예금·주식대금 찾을수 있나”/교포들 실명제 문의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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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외송금 특별관리로 불안/외국언론들 대체로 “긍정적”
【워싱턴=문창극특파원·파리=고명복특파원】 한국의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해 외국 언론들은 단기적으로는 그 충격으로 인해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13일 한국의 금융실명제 실시를 국제면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이 제도가 주식시장을 흔들어놓고 한국경제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겠지만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책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확인해준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단기적으로 볼때 이러한 조치가 이자율의 인상,주식시장과 은행에서의 자금인출 등을 불러일으키고 경제에 찬물을 끼얹어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주식가격도 폭락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불확실성이 제거됨으로써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지도 경제면에서 한국의 금융실명제 실시와 관련,『이번 조치로 한국의 주식시장 등이 충격을 받았으나 장기적으로 볼때 한국 경제구조를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분석가 말을 인용,『사람들이 이미 이러한 조치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기의 충격을 빨리 흡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도 이날 『한국의 금융실명제 실시는 지하경제에 묶여있는 돈을 산업투자 자금화함으로써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이미 취약한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나 주식시장의 내부자 거래나 큰 손들에 의한 주가조작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금융자유화를 뒷받침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파리에서 발행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지는 한국의 금융실명제실시 소식을 외신을 인용,경제면 주요기사로 논평없이 보도했다.
한편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장외로 거래되고 있는 코리아 펀드는 발표당일 12%가 떨어졌으나 13일에는 보합세를 이루었다. 런던의 금융시장에서도 한국의 전환사채와 예탁증서가 13일 현재 10∼15% 떨어진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됨에 따라 로스앤젤레스의 영사관·은행 등에 금융실명제에 대한 문의가 쇄도,금융실명제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인 사정상 편법으로 가명계좌나 차명계좌를 이용,무역대금을 결제하거나 주식투자 혹은 예금한 교포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포들의 본국예금이 해외로 빠져나오거나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과거 외환규제가 엄격했었을 때도 많은 돈이 해외 유출된 점을 들어 외화불법 유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외화의 해외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해외송금을 1회 5천달러(연 1만5천달러)에서 3천만달로 제한함에 따라 여행자들의 소비가 줄어들어 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소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1회 3천만달러,연간 1만달러 이상의 해외송금 자금들을 특별관리키로 하게됨에 따라 유학생이나 본국에서 생활비를 송금해오고 있는 거주자들에게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천만원 이상의 예금주에 대해서는 자금출처를 조사하게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호화생활을 하는 부유층들의 풍속도가 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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