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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스포츠' 꼬리표 뗀 요트, 쾌속 항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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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15면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들롱의 차가운 눈빛은 상아빛 요트 위에서 더욱 매력을 발한다. 새파란 지중해의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내달리는 세일요트. 영화가 개봉될 당시만 해도 우리에게 요트는 먼 나라의 레저였다.

불어라 바람아,I am sailing ...

하지만 요즘엔 국내 어디를 가도 요트가 보인다. 한강 성산대교 근방에 정박한 요트는 매일 저녁 여행객을 실어나르고, 제주도의 이름 있는 펜션들은 대부분 요트 클럽을 운영한다. 서해안과 남해안 포구에는 보통 한두 대씩 정박해 있다. 단순히 한두 시간 체험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크루저(Cruiser) 요트 기술을 직접 배워보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영화 속의 알랭 들롱처럼 대양을 헤쳐나가는 세일요트는 이른바 ‘레저의 종착역’이라고 할 만큼 레저 피플이 최고로 치는 레저다. 실제로 부산, 통영의 요트 클럽에서
진행하는 요트 강습을 받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예전부터 그리고 여전히 요트는 ‘부자의 레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요트의 경제학’은 그렇게 호화판이 아니다. 저렴한 크루저급 요트는 5000만원, 중고 제품은 2000만원짜리도 있다. 요트에 관심 있는 친구 열 명을 모아 각자 200만원씩 분담한다면 크루저 요트의 공동 소유주가 되는 것이다. 유지비도 그리 비싸지 않다. 부산 수영만의 한 달 계류비는 주차료와 비슷한 15만원 수준이다.

‘나도 알랭 들롱처럼 멋지게 항해할 수 있을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요트 클럽에서 1박2일 16시간짜리 초보자 강습을 받고 나면 요트의 운항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크루즈는 최소 5~6명 이상이 움직이는 팀 플레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동작을 눈으로 보면서 익힐 수 있다.

서핑·윈드서핑·패러글라이딩·세일(Sail·돛)요트 등 이른바 ‘바람 레저’는 배우기가 쉽지 않다. 바람을 이해하고 바람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조건인데, 순풍만 아니라 돌풍도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바람의 힘, 세일에서 발생하는 양력(유체 속을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 방향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으로 전진하는 요트도 그렇다.

흔히 “바람 타고 가는데 뭐가 어렵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소리. 뒷바람에 의지해 가는 배는 돛단배이지 요트가 아니다. 요트는 ‘클로즈 홀드(Close hauled)의 미학’으로 불린다. 클로즈 홀드란 강한 바람을 정면으로 맞받아 가는 항법으로 돛단배를 추진시키는 원리와는 정반대다. 클로즈 홀드 상태에서 바람을 맞는 돛의 각도는 45도,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조건이다. 이때 선체는 한쪽으로 바짝 기울어지면서 쏜살같이 달리게 되는데, 크루(승무원)들은 기울어진 요트의 반대편 갑판에 앉아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이 순간 갑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공중에 붕 떠서 바다 위를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게 바로 세일요트의 매력이다.

부산 수영만에 자리 잡은 코리아 챌린지 요트아카데미(www.challengeyacht.com)는 지난해부터 딩기급(1~2인용 요트)이 아닌 크루저(선실을 갖춘 투어용) 요트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크루저 요트 아홉 대와 전문 강사진을 갖춘 국내 유일의 크루저 전문 스쿨이다.

가는 길이 멀고, 돈이 많이 들어 스쿨에 입문하기 어렵다면 한두 시간 체험형 요트도 괜찮다. 현재 한강이나 제주의 펜션에서 운영하는 체험 요트는 카타마린(쌍동선)인 경우가 많다. 개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요트는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안전해 관광용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두 개의 선체가 붙어 있는 형태라 바람이 많이 불어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기 때문에 스릴은 덜하다. 보통 1인당 3만~4만원을 받고 있으며, 두 시간 동안 통째로 요트를 빌릴 경우 약 20만원 정도 받는다. 두 시간 렌트 상품은 단체 손님뿐 아니라 결혼 프러포즈 등 특별한 이벤트를 원하는 사람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석양으로 발갛게 물든 한강의 요트 선상에서 청하는 “결혼해 주세요”도 꽤 괜찮을 것 같다.

내 손으로 요트를 만든다

소형요트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스쿨도 있다. 부산의 중소조선연구원에서 운영하는 해양레저장비개발센터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소형요트 제작교실을 연다. 요트는 크게 1~2인승 딩기급과 크루저급으로 나뉘는데, 이곳에서 제작하는 요트는 딩기급이다.

제작교실은 하루 세 시간씩 5일 총 15시간 동안 진행된다. 일단 첫날과 둘째 날은 요트 제작에 관한 원리와 공법, 공구 사용법을 소개하는 이론교육 시간이다. 이후 3일은 직접 골재를 제작하고 요트의 선저판과 선측판을 조립하는 자가제작요령, 샌딩과 방수 코팅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완성품을 제작한다.

요트를 직접 만든다고 했을 때 가장 어려운 게 재료의 선택이다. 이곳에서는 판재를 서로 접합하는 방법으로 선체를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배를 만들게 되면 중·고등학생도 쉽게 배 한 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판재 접합 방식의 선체는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전국의 어느 강이나 바다로 갖고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트에 입문하고자 하는 초보자라면 배를 만드는 기술도 배우고, 요트도 한 대 마련할 수 있는 기회다.

이병성 연구원은 “스스로 소형요트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요트를 운항하는 원리를 보다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한다. 해양레저장비개발센터는 지난해에 카약·카누제작교실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올해에는 소형요트와 윈드서핑보드 제작교실을 연다.

●소형요트제작교실 051-974-5587, 8월 13~15일, 교재 및 실습비 7만원 ●윈드서핑보드제작교실 051-974-5585, 8월 20~24일, 교재 및 실습비 5만원.
 
요트를 체계적으로 배우려면

챌린지요트클럽은 부산과 통영에서 크루저급 요트 강습을 하고 있다. 45피트짜리 국내 최대의 레이싱 요트인 ‘라 비 엥 로즈(La vie en rose)’를 포함한 총 아홉 대의 크루저 요트를 갖추고 있다. 강사진 또한 대학시절부터 10년 이상 요트를 타온 베테랑들로 이뤄져 있다. 아카데미에서 초보 강습을 배우고 난 뒤 클럽에 가입해 요트를 즐길 수 있다. 크루저 요트가 아닌 1~2인승 딩기급(Dinghy class)은 서울시 요트협회(02-2291-8571)와 부산시 요트협회(051-747-1768)에서 배울 수 있다.
 
요트 탈 수 있는 곳

●서울시요트협회 02-2291-8571/ 강습료(1인승 딩기급) 15만원 ●제주 퍼시픽마리나 064-738-2888/ 체험 세일링 1인 6만원(예약 필수) www.y-tour.com ●서울 신화마린 02-424-5256/ 2시간 임대 20만원(12명 승선 가능) www.yacht21.com ●서울 700요트클럽 02-376-5616/ 체험 세일링 1인 3만5000원 www.700yachtclub.com ●통영요트클럽 051-747-8020/ 강습료(크루저급, 16시간) 16만원 www.challengeyacht.com ●부산요트협회 051-747-1768/ 강습료(1인승 딩기급) 6만원 www.busanyacht.co.kr ●부산챌린지요트클럽 051-747-8020/ 강습료(크루저급, 16시간) 16만원www.challengeyac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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