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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부지 동대문운동장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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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선총독부 청사였던 옛 중앙청 건물 철거 결정을 계기로 역시 일제의 경성부 청사였던 서울시청의 철거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는 수도 서울의 도시 계획과 행정 기능 재배치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 청사의 이전 여부와 맞물려 있어 앞으로 뜨거운 현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시 청사 철거 문제는 70년대 이후 시장이 바뀌거나 일제 잔재 청산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부각됐으나 새 청사 부지 마련의 어려움과 예산 문제 등에 걸려 흐지부지돼 왔다.
그러나 민족 자존심 회복과 민족 정기 구현이라는 옛 중앙청 건물의 철거 논리가 서울시 청사의 존폐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시기·방법이 문제일 뿐 철거는 불가피할 것 같다. 서울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새 청사 건립에 대한 용역 의뢰를 검토하는 등 철거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의 청사 본관은 일제가 경성부 청사로 쓰기 위해 1926년 완공한 건물. 위에서 본 이 건물은 「본」자 모습으로 지어져 「대」자 형의 북악산 밑에 「일」자 형태로 지어진 조선총독부 청사와 함께 일제의 조선 점령을 상징했었다. 해방직후 서울시청으로 사용할 당시에는 3천 7백 평 부지에 연건평이 2천 4백 85평에 불과했으나 5차례의 증·개축으로 지금은 6천여 평 규모.
서울시는 지난해 현재의 부지에 지하 5층·지상 20층(연건평 2만평) 규모로 새 청사를 짓는 방법을 검토했으나 행정기관의 특성상 고층화는 바람직하지 않고 교통 수요를 유발한다는 지적에 밀려 백지화되고 제 3의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신중히 추진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꼽고 있는 이전 후보지는 을지로 동대문운동장 부지와 용산 미8군 부지 등 2∼3곳.
하지만 용산 이전 방안은 시청 이전에 따른 부대 시설과 다른 공공기관의 연쇄적인 수용으로 도심 녹지를 크게 잠식한다는 반대가 있는 데다 미군기지의 이전 시기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대문으로의 이전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축구장·야구장·정구장 등이 들어서 있는 동대문운동장 부지 2만7천여평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 부지로써 지하철 1·2·4호선이 지나고 있는 교통 요지여서 시 청사 터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땅이 시유지 및 국유지이기 때문에 엄청난 보상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데다 주위에 높은 빌딩이 없어 도시 계획에도 유리하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시 청사 이전 후보지가 각기 장·단점이 있으나 입지와 개발 여건상 동대문운동장 부지가 이전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새 청사 건축은 시 재정 상태와 대규모 국가 사업 등과 연계해 결정해야 하므로 장기간에 걸친 논의와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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