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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자구노력 흑자 넘본다 투신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투신업계에도 봄은 오는가.』
89년「12·12증시부양조치」라는 직격탄을 맞은 뒤 3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시달려 오던 투자신탁회사들이 올해를「흑자전환의 해」로 정하고 새롭게 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대한·국민 등 3개 투신사는 93회계연도(93년 4월∼94년 3월)의 첫 3개월(4∼6월)동안 소폭이나마(3백38억 원) 흑자를 냈다.
올 들어 증시가 활황세를 보인 덕을 톡톡히 보았지만 지난 3년 동안 계열회사들을 매각·정리하고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원을 감축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이기도하다.
투신사 임직원들은 이 때문에 이번의 흑자를 「눈물 젖은 빵」에 비유하며 스스로도 감격해 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대표선수로서 증시안정에 앞장서야 할 투신사들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89년 이후의 잇따른 증시부양책.
「한은의 발 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무제한 주식을 매입토록」한 12·12조치 이후 각 투신사들은 은행 빚을 대거 끌어다 주식을 사들였으나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보유주식 값은 계속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89년 3월 결산당시 1천억 원에 불과했던 3투신의 차입금 규모는 1년 뒤인 90년3월 무려 3조5천억 원으로 불어난 뒤 이제는(6월말현재) 6조4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한은특융(2조9천억 원)·국고지원 금(1조원)등 정부로부터 특별히 저리(연3%)의 자금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 막중한 금융비용부담과 증시침체 등으로 91년 4천8백억 원, 92년에도 3천억 원의 적자를 내 자기자본까지 잠식된 가운데 「증시의 공룡」이라는 눈총(?)까지 받게 된 것.
그러나 올 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말 새 상품으로 내놓은 스팟 펀드를 비롯, 주식형 수익증권의 판매가 되살아난 데다 실세금리의 하향안정추세를 타고 공사채형 수익증권도 호조를 타기 시작, 모처럼 흑자를 낼 수 있었다.
투신사가 자기 돈으로 사들였던 4조원 어치의 주식들도 값이 되 올라 지난해 3월 결산당시만 해도 40%(1조6천억 원)에 달했던 평가 손(취득 당시의 가격과 현시가 차이)이 지난 3월에는 32%, 지난달 말에는 24%수준(약1조원)까지 줄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최소한 9백∼9백50선은 되어야 손익분기점에 이르게 돼 아직은 멀었지만 1∼2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진 셈이다.
각 사는 이와 함께 ▲컴퓨터로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첨단시스템을 개발하고(한국) ▲고객별 계좌를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갖추고(대한) ▲신상품을 잇따라 개발하는 등(국민) 영업력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투신사들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주식이나 채권 값이 올라야 주력상품인 각종 수익증권의 판매도 늘어나는 시황산업의 특성상 자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한은특융·국고지원 금·은행차입금 등 갚아야 할 빚이 줄줄이 쌓여 있는 데다 ▲금융산업개편·자본시장개방 등에 따른 국내외 여타 금융기관들의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가까이는 다음달부터 속속 만기 도래하는 3년 짜리 보장형 수익증권의 상환(93년 중 1조5천억 원) 문제가 걸려 있고 요즈음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근심거리다.
한편 불황탈출을 위한 자구노력도 투신사들은『할만큼 했다』는 입장이지만 외부에서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3사가 서울 여의도에 일제히 짓고 있는 20여 층 짜리 새 사옥들만 해도 팔기로 한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부동산경기침체의 탓이 크지만 보다 적극적인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74년 한국투신이 처음 생긴 뒤 대한·국민 등 서울에 3개 사와 89년에는 지역상공인들로 주축이 된 5개 지방투신사가 출범, 현재 8개 사가 있으며 이들 회사의 총 저축 고는 현재 40조원 규모로 국내 전체 금융저축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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