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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삿대질… 9시간20분 설전/박철언의원 3차공판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검찰 박 의원­야쿠자 접촉설 추궁/“근거없는 주장은 인신공격이다”
6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민당 국회의원 박철언피고인(53)에 대한 3회 공판이 10일 오후 2시 서울형사지법 9단독 김희태판사 심리로 열려 검찰측 증인이 슬롯머신업자 정덕일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례적으로 9시간20분동안 진행됐다. 다음 공판은 24일 오후 2시.
이날 공판에서 담당 홍준표검사가 박 의원과 홍 여인과의 관계,박 의원과 일본 야쿠자와의 접촉설 등을 들먹이며 공격하는 바람에 변호인단이 강력히 반발,유수호변호사가 퇴정당하고 재판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정덕일씨는 증인신문에서 『박 의원과 H그룹 김 회장 등 기업인들의 술자리를 자주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하얏트호텔 대표 이희춘씨를 통해 여러차례 박 의원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진술하며 박 의원과의 첫 대면이 상당한 준비끝에 이루어진 만남임을 시사.
정씨는 이어 『이 호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알게된 이씨에게 세차례에 걸쳐 7백만원의 용돈을 주고 2천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당시 실세인 박 의원과 접촉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진술.
○…정씨는 또 『박 의원을 만나기 위해 박 의원과 고교 후배인 사이인 영화배우 신성일씨에게도 접근해 신씨가 영화사를 차리는데 14억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며 평소 절친한 사이인 박 의원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심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하기도.
정씨는 그러나 『신씨는 아무래도 연예인이라 과시욕이 강하기 때문에 보안유지가 힘들것 같아 도중에서 포기했다』고 설명.
○…홍 검사는 증인신문 도중 정씨에게 『홍성애여인으로부터 박 의원이 재일교포 야쿠자 거물과 잘 어울린다는 소문을 들은적 있느냐』고 물으며 박 피고인의 도덕성을 흠집을 내려고 애쓰는 모습.
이에대해 정씨는 『홍 여인으로부터 박 의원이 일본을 들락거리며 일본 3대 야쿠자조직의 고문으로 있는 재일교포와 어울린다는 얘기를 언뜻 들은적 있다』고 대답.
그러나 박 피고인은 검찰의 증인 신문뒤 진술권을 얻어 『공인이 검사가 공소사실과 무관할 뿐더러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법정에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할수 있느냐』며 고성.
○…유수호변호사는 담당 김희태판사가 10여차례나 『재판진행상 문제가 있으니 앉아달라』고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내연의 처」 운운하는 것은 국회의원·장관까지 지낸 피고인을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인격 모독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하다 퇴정당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에서 『5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초면인 박 의원이 거부감을 나타낼지도 모르면서 건네준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 아니냐』며 추궁하자 정씨는 『90년 국세청 세무조사는 6개월이나 지속되며 위기의식을 주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답변.
○…퇴정당했다 다시 들어온 유 변호사는 『첫 공판때 재판장이 박 의원에게 정치 재개여부를 물은 것은 정치한다면 죽이고 안한다면 살려둘 의도가 아니냐』며 재판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
김 판사는 이에 대해 『정치 재개여부는 재판성격상 참고로 얼마든지 물어볼수 있으므로 이를 다른 의도로 보는 것은 재판부의 본의를 지나치게 왜곡한 것』이라고 해명.<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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