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상선대표에 백억사기극/“은행관리중 경영권 찾아주겠다”4년간속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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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 해운사장 구속… 빼돌린 돈 압수
국내 굴지의 해운해사인 범양상선을 상대로 고위층을 통해 은행관리중인 회사경영권을 되찾아주겠다며 거액을 가로채 미국으로 도피했던 사기범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지검 특수1부 양인석검사는 9일 범양상선 대표이사 박승주씨(31)에게 접근,『금융지원과 채무변제기일 연기로 회사를 되찾게 해주겠다』며 88년 9월부터 4년동안 로비자금 등 명목으로 99억9천여만원을 가로챈 전 대호원양(주) 대표이사 김문찬씨(43·서울 서초구 방배동)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91년 4월부터 김씨와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 거래를 해오다 4억2천만원 상당의 김씨 CD를 가로채 올 4월 캐나다로 도피 이민한 캐나다계 노바스코셔은행 서울지점 영업부 전 차장 이호영씨(48)를 횡령혐의로 수배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김씨의 한일은행 연희동지점 등 4개 금융기관 7개 계좌 통장 및 도장,이들 계좌에 입금된 원금과 이자 1백4억여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김씨는 87년 4월 범양상선 박건석 전 회장 자살로 경영권을 넘겨받은 박 전 회장의 외아들 박씨가 미국 해외유학중 귀국,국내사정에 어두운 틈을 타 『고위층을 통해 뒤를 봐주겠다』며 88년 9월부터 92년 9월까지 월 2천만원씩 12억6천만을 수고비 등 명목으로 가로채고 91년 12월 범양상선 은행채무 상환을 연기토록 해주겠다며 로비자금으로 47억원을 받는 등 모두 99억9천여만원을 챙겨온 혐의다.
김씨는 92년 9월 범양상선의 법정관리로 범행이 탄로나기 직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달아난후 금년 6월 은밀히 귀국했다가 검거됐다.
검찰은 85년까지 중소해운회사인 (주)대호원양을 경영하다 부도를 낸 김씨가 자신의 경험을 이용,88년 3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당시 외환은행의 관리를 받아온 범양상선 대표이사 박씨에게 증자를 통한 경영권 확보방안 및 내부알력 해소방안 등 경영자문을 해주며 신뢰를 쌓은뒤 본격적인 사기극을 벌이는 수법을 써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김씨가 기관원을 사칭해 「한남동 이선생」으로 행세해 오면서 고위층을 빙자해왔으나 수사결과 김씨의 치밀한 단독범행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미륭상사·범양식품 등 계열사를 둔 범양상선은 91년 외환은행으로부터 관리를 넘겨받은 서울신탁은행이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내 9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현재 박씨 등 박 회장 유가족을 상대로 한 은행측의 주권인도청구소송이 1,2심에서 은행측 승소판결을 거쳐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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