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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경선 D - 8 전주 합동 연설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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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이 10일 낮 전주시내 비빔밥집에서 화합을 다짐하며 이 지역 전통주인 모주로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박.원희룡.박근혜.홍준표 후보. 앞쪽은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 [전주=오종택 기자]


# 10일 낮 전주시 서신동의 비빔밥 식당 '성미당'.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 연설회가 열리기 전 4명의 후보와 지도부가 비빔밥 오찬을 같이 했다. 강재섭 대표가 낸 '깜짝 아이디어'다.

오전 11시58분, 강 대표와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이 먼저 식당에 도착했다. 이어 박근혜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고 5분 후 이명박 후보가 도착했다.

이 후보는 "(기호 순인) 1, 2, 3, 4로 하자"며 박 후보와 한 자리를 띄워 놓고 자리를 잡았다. 기호는 1번이 이 후보, 2번 원희룡 후보, 3번 박 후보, 4번 홍준표 후보다.

이 후보는 박 후보와 한 자리 떨어져 있는 점을 의식한 듯 박 후보에게 "옆에 앉을까요?"라고 물었다. 박 후보는 별 표정 없이 "그냥 거기 앉으세요"라고 답했다. 분위기가 좀 썰렁해졌다.

이어 비빔밥이 상에 올랐다. 강 대표는 "비빔밥을 하려면 잘된 밥과 나물.고추장.참기름, 네 가지 재료가 잘 비벼져야 한다"며 "우리도 마침 네 명의 후보가 있다. 누가 밥이고 나물인지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밥 따로, 나물 따로면 안되지 않느냐"며 후보들의 화합을 촉구했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도 "오늘 먹는 비빔밥은 '명근(명박+근혜) 비빔밥'"이라고 분위기를 돋웠다.

식사가 끝난 뒤 강 대표가 "대구 유세(14일 예정)에서 밥 먹으면 '따로 국밥'을 먹어야 되니까 서둘러 전주 회동을 계획했다"고 농담하자 이.박 후보는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 오후 2시 화산체육관.

4000여 지지자들이 들어찬 연설회장은 이.박 후보가 내뿜는 유세 열기로 더욱 달아올랐다.

이 후보는 "이 지역 출신 가수 송대관의 '쨍하고 해뜰 날'을 좋아한다"며 "전북에 쨍하고 해뜰 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을 음해하고 비난하는 '3류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나는 희망을 드리고 미래를 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CEO 출신인 자신과 박 후보를 차별화하는 동시에 자신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박 후보를 우회 비판한 것이다.

박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우리 후보가 부동산에, 세금에, 위장전입에, 거짓말까지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라면 과연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저보고 독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며 "나는 법을 지키고 성실하게 사는 분들에게는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법 안 지키고 거짓말 잘하고 수단.방법 안 가리고 축재하는 사람한테는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이날 연설회장엔 주한미국 대사관의 헨리 해거드 한국 정치팀장이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자석에 앉아 2시간여 연설을 끝까지 지켜봤으며 중간중간 각 후보 캠프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BBK가 이 후보에게 송금한 자료 있다"=빅2 진영은 날 선 공방을 계속했다.

박 후보 측 유승민 의원은 "재미 사업가 김경준씨가 운영하던 BBK가 2001년 2월 28일 Myung Bak Lee(Mayor)(이명박 시장)에게 49억9999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돼있는 자료를 제보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대해 그는 "(BBK와 분쟁 중인) 다스가 고용한 변호사와 회계사가 작성해 2006년 미국 법원에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 후보는 자신이 BBK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BBK 주식은 단 한 주도 갖지 않았다고 했는데 BBK로부터 송금 받은 돈 50억원은 무슨 명목으로 받은 돈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 측은 "패색이 짙어지니 헛것이 보이는 모양"이라고 부인했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BBK는 오직 다스에 50억원을 송금했을 뿐"이라며 다스의 통장 사본을 공개했다. 사본에 다르면 2001년 10월 26일과 12월 4일 BBK가 전자금융이체로 각각 39억원과 11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돼 있다. 중립을 표방해온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전주=남궁욱 기자, 김효혜 인턴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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