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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 동원에 군 수뇌 개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일본에서 종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민간연구기관인「전쟁책임 자료센터」대표인 쓰루가다이대 교수 아라이 신이치씨(67)가 28일 한국을 방문, 옛 일본군이 종군위안부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60여점의 문서를 공개했다.
이로써「일본 내에는 종군위안부의 강제성을 증명할 자료가 없으므로 한국내 종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청취하겠다」며 증언 청취단을 파견한 일본정부의 허구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게 됐다.
지난 4월 일본내 양심적 학자들과 함께 전쟁책임 자료센터를 설립, 종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오고 있는 아라이 대표는 지난 26일 일본 방위청 방위 연구소 도서관에서 발견한 군 위안부 관련 문서를 일본언론에 공개, 일본 내에서도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는『일본 정부가 8월에 발간키로 한 2차 보고서에는 이와 같은 문서의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일본 내에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군 위안부 자료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아라이 대표가 공개한 당시 일본군 육군성 의무국 의사과장을 지낸 김바라 세쓰조의 업무일지「금원절삼 업무일지적록」에는 위안부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 육군 중앙수뇌부가 군 위안부의 정책수립·운영 등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 문서에는 또『조선에서 현재 지원병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실제 지원하는 자는 적고, 강압에 의해 할 수 없이 지원하는 자가 많다』는 대목이 있는 등 일본군의 강제성을 입증할 자료가 발견되었다.
한편 일본군 기밀 문서격인「육아밀대일기」에는 1942년 한햇 동안 군위안소에 보낸 콘돔의 숫자가 3천2백10만3천7백개라고 명시돼있어 군 위안부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아라이 대표는 한국에서 증언청취 활동을 마친 증언 청취단에 대해서는『가치 있는 일이긴 하나 진상의 전모를 밝히기보다 부분적 조사에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전쟁책임 자료센터 회원들과 함께 종군위안부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일본 국회내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국정조사권을 발동,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사를 벌이게 하는 한편 피해자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도록 하는 법률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일본정부가 2차 보고서를 끝으로 종군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으나 철저한 진상규명이 없는 한 이 문제는 인권문제로 계속 남게돼 세계의 지도자적 지위를 자처하는 일본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일본정부 방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쟁책임 자료센터는 8월9일 동경에서 한국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 등과 함께 군 위안부의 강제성 여부·지휘명령 체계·국제법관련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는 한국외무부도 업저버 자격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아라이 대표는 30일 이한에 앞서 한국 외무부 아주국장 등과 면담을 갖고 이번에 자신들이 발굴한 문서를 전달했다.<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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